이탈리아 사람들은 음식을 빨리 먹기로 유명했다. 분위기 있는 식당에서 만찬을 즐길 때도 일단 요리가 나오면 게 눈 감추듯 그릇을 비우고 나서 옆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릇에 국물 하나 남아있지 않게 빵 조각으로 깨끗이 닦아 먹는 것이 순식간에 이뤄졌다.
밀라노 인근 바레제에서 한 단체가 마련한 뷔페 자리에 갔을 때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100명도 넘는 사람들이 단번에 몰려들어 10분 정도 지나자마자 음식이 거의 바닥을 드러낸 것. 일행을 기다리다 뒤늦게 갔던 기자는 접시에 남은 찌꺼기 음식들로 배를 채울 수밖에 없었다. 저명 인사쯤 되는 사람들까지 염치 불구하고 줄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음식을 집어가선 허겁지겁 먹는 모습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이처럼 빨리 빨리 먹는 모습은 다른 식당에서도 흔히 볼 수 있었다. 이탈리아 동행인들은 많이 걸어 다리가 아픈데도 음료수를 마시거나 스낵을 먹을 때도 좀처럼 자리에 앉는 법이 없었다. 자리에 앉아 종업원으로부터 서비스를 받으면 추가로 돈을 더 내야 하는 이유도 있었지만, 급하게 서서 먹는 것이 일상화돼 있는 것 같았다.
특히 출근시간에 쫓기는 아침시간에는 아예 서서 커피 한잔 마시는 걸로 아침식사를 끝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한약처럼 독한 에스프레소 커피를 마실 때도 단번에 '원 샷'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다른 나라 음식에 배타적인 이탈리아인들이지만 이처럼 빨리 먹으려는 사람들 때문에 유독 미국의 맥도널드 햄버거만은 굳건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명품 상점들로 가득한 밀라노의 관광지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아에도 맥도널드 가게가 당당히 들어서 있었다. 이런 햄버거 가게들은 우리처럼 젊은이들의 만남의 장소로 인기가 높았다. 헐값으로 허기를 떼우려는 가난뱅이들이 찾는 파리나 뉴욕의 썰렁한 맥도널드 가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직장생활로 시간에 쫓기는 주부들이 퇴근 후 사서 간단히 손질만 더 하면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다양하게 파는 슈퍼마켓들도 많이 있었다. 아내와 함께 직장생활을 하는 도메니코 콜리아티씨는 "어머니 세대는 20대에 결혼해 집에서 요리할 시간이 많았지만, 요즘 젊은 주부들은 직장 일 때문에 요리할 시간이 별로 없다"며 "젊은 여성들이 나이 든 세대보다 요리를 못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 아니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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