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석제 신작장편소설 '순정'-김탁환 역사판타지 '압록강'

'있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닌, '가장 그럴듯하게 잘 꾸며낸 이야기'로 독자들에게 소설 읽는 재미를 안겨 주고 있는 작가 성석제, 김탁환씨가 나란히 장편소설을 펴냈다.

성석제씨의 신작 장편 '순정'(문학동네)과 김탁환씨의 장편 역사 판타지소설 '압록강'(열음사).

'순정'은 판소리 사설과도 같이 거침없이 쏟아져 나오는 생생한 입담과 능란한 이야기 솜씨 등 '성석제식' 익살과 너스레가 감칠 맛을 더하는 작품이다. 이치도라는 사내의 일대기를 시침 뚝 떼고 의뭉스럽게 들려주는 작가의 솜씨는 희극적이다 못해 폭소마저 자아낸다. 자칭 도둑중의 도둑 '이치도'를 중심으로 조금 모자라는 땜장이인 아버지 '봉달', 술집 작부 출신인 어머니 '춘매', 도굴꾼 '왕확', 고급 요정에서 몸을 파는 그의 딸 '왕두련', 깡패 '피눈물' 등 등장인물들의 행적을 작가는 입심좋게 둘러대며 독자들을 웃긴다. 여러 인물들의 성격이나 사건의 전개 양상을 마치 구연(口演)하듯 독자에게 들려주는 이런 서술 방식은 얼핏 상투적일 수 있는 영웅담류의 서사를 흥미롭게 만들고, 뻔한 이야기 속에 '비극적인 희극' '희극적인 비극'의 아이러니를 결합시켜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빚어낸다. 거침없이 쏟아내는 작가의 걸쭉한 입담은 작품의 줄거리보다는 작가가 이리저리 요리해내는 상황의 희극성을 적절하게 부각시키고 있어 소설에 활력을 더하고 있다.'압록강'은 해마다 역사소설을 발표해 주목받고 있는 김탁환씨의 세 번째 장편 역사소설. 임란과 이순신을 다룬 '불멸'(1998), 광해군시절과 허균을 그린 '허균, 최후의 19일'(1999)에 이어 조선 중기를 배경으로한 3부작 소설이다.

작가 김씨는 17세기초 명청(明淸) 교체기라는 세계사적 전환기를 배경으로 조선의 문무 지식인들의 방황과 고뇌, 민중들의 슬픔과 분노를 소설에서 유장하게 그려내고 있다. 청년 장수 임경업, 광해군, 강홍립, 최명길, 교몽 등 주요인물을 통해 혼돈의 시기 새로운 희망을 찾아 치밀하고 용감하게 싸워나간 인간들의 투쟁을 들려주고 있다. 당대의 정치, 사회, 궁중 풍속 등에 대한 꼼꼼한 취재를 통해 광해군 통치, 인조반정, 정묘호란에 이르기까지 파란 많은 조선 중기의 역사를 만만치 않은 시선으로 담아낸 점이 이 소설의 미덕이다.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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