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8세기 영국화가 윌리엄 블레이크 재조명 한창

동시대의 사람들에게 미치광이 취급을 받으면서 이해받지 못했던 18세기 영국의 화가이자 시인인 윌리엄 블레이크(1757~1827)에 대한 재조명작업이 한창이다. 영국의 테이트 브리튼 갤러리는 내년 2월 그의 작품들을 전시할 예정이며,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도 내년 3월 하순부터 6월 하순까지 3개월간 그의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전시작품 중에는 화가 토마스 필립이 그린 그의 초상화도 들어있는데 회색빛 머리결, 완고해 보이는 턱, 넓은 이마를 가진 그는 천정의 한 곳을 노려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화가이자 시인이기에 앞서 종교 지도자였으며 급진적 정치노선을 걸었던 사회운동가이기도 했다.

오늘날 그에 대해 종교적, 정치적 신념에 따라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간 인물로 긍정적 평가를 내리기도 하지만 아직도 그를 단순히 '미치광이'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현실. 지난 95년 윌리엄 블레이크의 전기를 쓴 피터 애크로이드는 "정통 철학의 합리적 사고가 지배하던 당시의 시대 분위기에서 종교적 열광에 휩싸인 그가 정신나간 사람 취급을 받는 것이 당연할 정도였다"고 말한다.

런던에서 양말업자의 세째 아들로 태어난 그는 왕립 미술원에 다닌 것 이외에는 정규 교육을 불신한 아버지의 뜻에 의해 학교를 다니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죽을 때까지 천사를 보았다고 주장한 그는 신비로운 체험을 소재로 한 '결백의 노래', 현실세계의 암울함을 그린 '경험의 노래', '아메리카' '유럽' 등의 예언서, 죄의 용서를 중심 사상으로 하는 '밀턴'과 '예루살렘' 등 원초적 체험을 신화적 상징으로 표현한 시와 책들을 썼다. 한편으로 그는 이러한 시집과 책의 내용을 판화 작품으로 표현, 우아한 선과 독자적 환상성과 장식성으로 주목을 끌었다. 그는 오늘날 첨단 기법으로 SF영화에나 나옴직한 기괴한 이미지의 형상을 작품으로 표현, 사람들의 고개를 가로젓게 만들었고 밀턴의 '실락원'에 심취, 아내와 함께 발가벗은 채 정원에서 방문객들을 맞이한 일화도 갖고 있다. 그의 시 '예루살렘'은 1916년 곡이 붙여져 오늘날 영국 교회의 일요예배 찬송가로, 혹은 '비공식 국가'로 불릴 정도로 영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가 죽은 후 180여년간 그를 재조명하기 위한 시도와 전시회가 끊이지 않은 가운데 내년 영국과 미국에서 열리는 전시회는 그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기회로 알려지고 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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