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명성을 떨쳤던 지역 건설업체들이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질 지 예상도 못했습니다"
새 천년의 시작이었던 올해 지역 건설업계는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사태 당시보다 더 험난한 가시밭길을 걸어야 했다.
그 첫 신호탄은 우방의 침몰.
워크아웃 상태에서 어렵게 지역 건설업계를 이끌어 왔던 우방은 상반기까지 '정화팔레스', '메트로팔레스' 등 신규 사업을 추진, IMF 사태 이후 침체된 분양시장의 열기를 고조시켰다.
그러나 지난 6월 채권금융기관의 대출금 회수 조치 이후 심각한 자금난을 겪게 됐다. 채권금융기관으로부터 일부 자금 지원이 있었지만 실추된 기업 신뢰도를 회복하지 못해 결국 지난 8월 법정관리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우방의 법정관리 사태로 지역 건설업계는 물론 경제계는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영남권 1만5천여 가구를 비롯해 전국 2만여 가구의 입주예정자들은 입주지연으로 경제적 손실을 입게됐고 5개 아파트 단지 입주자들은 근저당 설정 등으로 인해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
1천여 협력업체들은 상당액의 재산피해를 입었으며 일부 업체들은 연쇄도산을 겪기도 했다.
정부와 대구시는 금융기관과 함께 협력업체 지원책을 제시했으나 실질적인 혜택을 받은 업체는 소수에 불과했다.
우방에 몸담았던 직원들은 퇴직금은 고사하고 3개월간 임금이 밀려 극심한 생활고를 겪게 됐다. 부도 이후 직장을 떠난 우방 직원들이 300여명에 이르며 일거리를 잃게 된 협력업체와 일용직 건설 노동자는 그 수를 셀 수 없을 정도였다.
우방 사태는 지역 분양시장을 꽁꽁 얼어붙게 했다. 지역 업체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이 바람에 하반기 신규 사업을 추진하려던 업체들은 너나없이 시기를 무기한 연기했다.
화의 상태였던 보성 역시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지난 9월 법정관리를 신청했으나 법원으로부터 기각 결정이란 '사형선고'를 받았다.
보성의 협력업체 역시 수 천만~수 십억원의 재산 손실을 입게 됐으며 직원들도 거리로 나앉을 상황에 놓였다.
건설업계의 불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워크아웃 중인 서한마저 경기불황과 우방 부도 이후 협력업체의 현금 결제 요구에 따른 유동성 부족으로 지난 11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지역 간판급 업체들이 잇따라 침몰한 이후 무주공산 격이 된 지역 분양시장에는 부영, 코오롱 등 역외 업체들의 공략이 본격화됐다.
줄어든 민.관급 발주 물량마저 자금력과 경영상태가 좋은 대기업 등 역외 기업들이 싹쓸이 하다시피 했다.
한 때 전국 최고의 기술력을 내세워 인기를 끌었던 지역 업체들은 시장에서 명함도 제대로 내밀지 못할 처지가 된 것이다.
건설 연관 업체들도 타격을 받았다.
콘크리트, 철근, 목재, 내장재 등 해당 업체들은 하청을 받거나 납품할 업체가 없어 아우성을 쳤다. 상당수 업체들은 일부 직원을 내보내야 했고 아예 문을 닫은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대한주택보증이 우방의 아파트 현장에 대한 공사 재개 결정을 발표했고 일부 업체를 중심으로 내년 상반기부터 신규 사업을 추진키로 해 새해에는 지역업체의 '삽질'이 다시 시작될 것으로 기대된다.
안승렬 영남건설 부장은 "지역 건설업계가 융단 폭격을 맞은 것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그러나 부도의 충격에서 벗어나고 시장이 안정을 되찾는다면 새해에는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광영 건설협회 대구시회 사무처장은 "건설업은 연관산업에 대한 파급효과와 고용창출력이 다른 업종보다 큰 만큼 사회간접자본 투자 증대와 예산 조기 집행 등의 정책적 지원이 뒷따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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