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당 서정주 시인이 타계한 다음날인 25일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된 빈소에는 하루종일 문인과 각계 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임종을 지켜보지 못한 미국 거주 큰 아들 승해(升海. 변호사)씨는 부친의 타계 소식을 듣고 곧바로 귀국길에 올라 25일 오전 8시께 병원에 도착했다.
승해씨는 빈소에 도착한 뒤 한때 망연자실했으나 장시간 비행기 탑승에 따른 피곤을 느낄 여유도 없이 문상객을 맞이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김재순 전 국회의장과 시인 신세훈, 이근배씨 등이 다녀갔고 오후에는 문학평론가인 정과리 연세대 교수, 민용태 고려대 교수 등이 빈소를 찾았다.또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해 김한길 문화관광부 장관, 전두환 전 대통령, 성춘복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조병무 시인협회 회장, 박맹호 민음사 사장 등 각계 인사들이보낸 화환도 잇따라 도착했다.
○…빈소를 찾은 문인들은 삼삼오오 모여앉아 미당의 마지막 모습을 전해 들으면서 미당과 관련된 추억과 문학 세계를 돌아보기도.
24일 밤 미당의 임종을 지켜본 시인 최종림씨는 "선생님께서는 옆에 있던 사람들의 손을 꼭 잡으신 채 꿈꾸듯 조용하고 평화롭게 돌아가셨다"면서 "특별히 유언을 남기신 것은 없다. 수많은 시편들이 곧 유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미당을 아버지로 부른다는 민용태 교수는 "영면하시기 며칠 전 문병갔을 때 함께 산(山) 이름들을 이야기해 보자고 말씀하셨다"며 "미당은 산을 좋아하는 신선의 면모를 지니고 있었다"고 회고.
최종림 시인은 "선생님께서 사모님과 사별한 뒤 병원 치료를 거부하는 등 어쩌면 평생 해로한 사모님 곁으로 가고 싶어하시는 눈치였다"며 안타까워했다.
정과리 교수는 "앞으로 미당 같은 시인이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면서 "누가 그의 대를 이을지 궁금하다"고 미당의 문학적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이날 빈소에서는 친일행위 등 미당이 남긴 문학 외적인 흠에 대한 이야기도 조심스럽게 오갔다.
몇몇 문인들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미당의 과거 행적은 어린아이같이 순진한 성품때문에 나온 것이지 정치적인 의미는 전혀 없다"며 "문학적 업적과 외적행동을 분리해서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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