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농민들, '양곡 증산정책 포기' 발언 비난

건국이래 양곡정책의 일관된 방향이었던 증산정책을 포기한다는 농림부 식량생산국장의 발언이 25일 보도되자 농업전문가들과 농민들은 "아예 농정을 포기하겠다는 발상", "탁상행정의 표본" 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최모 국장의 발언 요지는 △5년 연속 풍작에 따른 쌀 재고량 적정선 초과△국민 1인당 쌀 소비량 감소 추세 등을 들며 증산정책 대신 미질을 우선한 친환경농업 쪽의 고품질 쌀 생산을 유도하겠다는 것.발언은 한마디로 농촌실정을 모르는 탁상행정"이라며 혀를 찼다.

97년 쌀 증산왕으로 뽑힌 정석조(42.다인면)씨는 "지난 가을 사상 최대의 풍작이라는 정부 발표에도 의성지역 주요 미곡생산지는 전년도 보다 200평당 벼 생산량이 40~70kg가량 감소했다"며 "증산정책 포기 운운한 농림당국의 발언은 농촌 실정을 도외시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농촌인력부족에다 대구획 경지정리도 안된 현 상태에서 친환경농업과 품종개발에 의한 고품질 쌀 생산은 한참 본질을 벗어난 얘기"라고 주장했다.

농민 박모(64.영양군 입암면)씨도 "장기적으로 질 위주의 정책은 이미 추진중이지만 우수품종 종자도 제대로 보급되지 않고 있는 현실과 토질 등을 감안하면 농림당국자의 발언은 너무 앞서간 것"이라고 했다.

농업경영인 영양군 연합회 김모(43)씨는 "과거에도 쌀 재고량이 많아지자 쌀 막걸리가 등장하는 등 한바탕 소동이 있었지만 결국 증산정책을 포기하지는 않았다"고 되짚었다.

농업전문가들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내년 1천100석의 재고미 문제와 관련, 경북대 손재근 농학과교수는 "지난 80년 당시 냉해 피해로 그 해 쌀 생산량중 1천500만석이 한꺼번에 사라졌다"며 재고미 처리 문제에 단순한 경제논리를 적용시키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경북도 한 관계자는 "지금 우리의 식량자급률은 29%수준으로 그나마도 100% 자급인 쌀이 있어 가능한 것"이라며 "농림당국자의 발언은 식량안보정책을 뿌리채 흔드는 발상"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쌀 농사로 인한 농가소득이 53%에 달하는데 증수없이 농가 소득은 어떻게 올리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같은 반발이 전국적으로 이어지자 농림부는 26일 "최 국장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며 "농림부는 내년도 쌀 생산계획을 아직까지 결정하지 않았고 적정수준의 안정적인 쌀 생산은 지속돼야 한다는 게 농림부 방침"이라고 해명했다.

의성.이희대기자 hdlee@imaeil.com

영양.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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