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의 대변인은 어떤 사안을 현실정치의 핵심으로 꺼내고 국민들로부터 수긍을 얻어내는게 제일의 목표가 아닌가 싶다.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논평으로 상대당(黨)의 허점을 비집고 할말을 잃게하는 '말의 집중화'는 청량제같은 것이어서 비온뒤의 개운함을 떠올리게 한다. 헐뜯고 몰아세우기만 하는 말의 낭비는 국민들로부터 역겨움의 대상이지만 건전한 비판의 공방전은 우리 정치가 넘어야 할 일의 쟁점화로 곧잘 이해하고 있다. 대신 말하는 사람의 조어(造語)능력에 따라 호소력도 판가름이 나기 마련이다.
역대 정당의 최고 대변인으로 누구를 꼽을까? 자유당정권시절 민주당 대변인으로 이름날린 조재천(曺在千)씨라는 데에 이의를 달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야당의 선전부장으로 있으면서 논평을 통해 자유당의 부정.부패 등 폭정을 비판한 말솜씨는 발군이었다. '못살겠다, 갈아보자'는 그가 만든 구호. 자유당은 '구관이 명관'으로 대응했으나 호소력은 하늘과 땅 만큼이나 차이가 났다. 한국언론학계는 간결하면서 설득.호소력을 갖춘 '못살겠다, 갈아보자'를 뛰어난 영향력을 발휘한 설득커뮤니케이션으로 평가하고 있다.
민주당 김영환 신임대변인이 정당의 대변인을 '똥인'으로 풍자한 것은 대변인들의 언어구사 문제점과 수준이하의 정치언어를 내뱉고 말꼬리 잡기식의 우리 정치인들의 행태도 지적한 것으로 볼수 있다. "대변인으로 임명되어/집으로 돌아온 날/딸내미들이 나를 놀린다/아빠…/대변이 뭐야요/대변이니까 아 똥이네/그러니까 아빠는 똥인이구… 변웅전 대변인이 큰키를 뽐내며 나를 내려다 보고 섰다/왠지 웃음이 나서 참느라 입술을 깨물어 보지만/말짱 헛일/변 대변인이라/아이들이 틀림없이/'똥똥인'이라 부를게다" 우리가 가끔은 냉소를 보낸 대변인의 말에 대한 부정적인 의미를 김 대변인의 딸들이 조금은 알아차린 것일까?
선진국 경우는 정당에 대변인제도가 없다고 한다. 미국은 선거때가 돼야 선대위(選對委)를 중심으로 조직이 가동돼 대변인의 일을 맡는다. 일본은 의회가 개원중일때는 각 당의 원내대책위원장이 수행한다. 여러명 부대변인까지 두고 그것도 모자라 보조요원까지 두면서 하루에도 수없이 성명을 생산하는 우리나라의 사정과 다르다. 정치는 어떻게 보면 다양성이 있다고해도 그 전제는 믿음이다.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말만 생산할 것이 아니라 믿음 창출이 덕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당의 말이 단순한 '배설물'로 비쳐지면 곤란하다.
최종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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