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금강산 관광 이대로 좋은가

현대아산의 금강산사업이 누적되는 적자로 존폐의 기로에 빠졌다한다. 이는 과중한 대북(對北)송금과 시설투자에 비해 관광객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밑돌아 수익성이 떨어진 탓이다. 가뜩이나 유동성 위기로 고통받고 있는 정몽헌(鄭夢憲)회장의 현대그룹이 현대아산의 금강산사업 부진까지 겹쳐 설상가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태가 이쯤되자 견디다못한 현대아산이 북한아태(亞太)평화위측에 금강산 사업대가 송금액을 크게 줄여들라고 요청하고 나섰다는 것은 무턱댄 대북(對北)투자의 위험성을 보여준 본보기라 할만 하다.

금강산관광사업은 98년11월에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36만여명의 관광객을 실어나르고 2억37만달러(2천9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최소 12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다녀갔어야 채산성이 맞아떨어진다는 것인데 실적은 36만명밖에 안되니 적자운영을 면할 길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관광객이 예상보다 떨어진 것은 1인당 관광요금의 30%에 해당하는 200달러를 북한에 지급해야 하는 통에 요금이 비싸져 외면당한 때문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대아산은 북한과 무조건부총괄지급계약(럼섬)을 했기 때문에 아무리 적자가 나더라도 앞으로도 2005년까지 6억5천만달러를 더 송금해야 한다니 참으로 딱하다. 이처럼 근본적으로 채산성이 맞지 않은 사업을 이렇게 막 퍼주기식으로 하다가는 어떤 기업도 버텨나갈 재간이 없을 것이다실상 현대아산이 금강산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우리는 금강산 사업을 단순한 관광사업으로 보기보다는 얼어붙은 북녘 땅에 물꼬를 트는 해빙(解氷)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정주영(鄭周永) 전명예회장의 소떼 방북과 금강산사업을 열린 마음으로 기꺼이 받아들였던 것이다. 그리고 어느 일면 금강산사업을 통해 우리는 이러한 기대를 어느 정도 충족시켰던 것도 사실인 것이다.

그런만큼 우리는 금강산사업을 단순히 개인 영리위주의 기업 활동으로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햇볕정책을 구현하는 사업으로서 이해하고 가능한한 존속되기를 희망한다. 이런 측면에서 통일부가 문제점을 인식하고 '현대가 북한측과 재협상해서 대북 지불액을 절반 이상 낮춰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북한도 계약조건을 내세워 무조건 송금하라고 강압만 할 것이 아니라 궁지에 몰린 현대아산측 입장을 고려, 적정 수준으로 송금액을 낮추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가뜩이나 경기가 좋지 않은 남한 실정을 고려치 않고 계속 몰아붙일 경우 현대아산은 급기야 배를 띄우지 못할 것이 뻔하고 그 손실은 궁극적으로 북한에 돌아간다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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