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오전 6시30분쯤 어둠 깔린 대구 대봉교 옆 신천 둔치 주차장. 형형색색 운동복 차림의 '주자'들이 하나 둘 도착했다. 동트기 직전의 겨울 공기가 코끝과 볼을 할퀴었다. 스트레칭으로 몸풀기를 마친 사람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이날의 완주코스는 상동교∼침산교 사이를 왕복하는 17km 구간. 이 구간을 2회 왕복함으로써 34km를 달리는 준족들도 있었다.
이 사람들은 달리는 것을 좋아하는 대구 네티즌 모임 '달구네'(my.dreamwiz.com/dalgune) 회원들. 작년 7월7일 첫 모임을 가진 뒤 매주 일요일 아침마다 신천 둔치 혹은 두류공원(여름철)에 모여 뜀박질을 한다. 마라톤 마니아 5명이 시작한 모임 회원이 1년 6개월만에 100여명으로 늘었다. 몸매 관리를 위해 달리는 20대 여성, 아랫배를 집어 넣으려는 40대 직장인, 42.195km 마라톤 풀코스를 3시간 안에 주파하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정한 사람… 목적과 이유는 다르지만 달리기를 좋아 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달구네 창립자로 회장직을 맡고 있는 경북대 의대 치료방사선과 박인규 교수(50). 169cm의 단신이지만 풀코스를 3시간40분 대에 주파하는 철각이다. 10여년 전 미국 유학시절 "심심해서 시작했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1주일에 3, 4일은 신
천 둔치 10km를 달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중독자'가 됐다. 올해에만 풀코스를 4차례나 완주했다. 그러면서 "40대 이후 성인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유지하는데는 지방을 태우는 마라톤 만한 운동이 없다"고 침을 말렸다.
대구 경원고 김지은(여·25) 양호교사. 동료 교사의 권유로 지난 5월 달구네에 가입했다. 처음 달릴 때만 해도 1km 조차 힘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10km 정도는 1시간만에 주파한다. "믿을 수 없는 변화였습니다. 군살도 빠지고 심폐능력도 엄청나게아졌습니다" 무엇보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 가장 큰 소득이라고도 했다.직장 동료와 친구들로부터 좬마라톤에 미친 사람좭이라 불리는 대구미래대 직원 이승직(42)씨. 어려운 현실을 헤쳐나갈 수 있는 자신감을 갖기 위해 마라톤에 입문한 경우였다. 그러나 지난 가을 춘천마라톤에서는 드디어 3시간32분의 기록을 세웠다.
마라톤은 이씨에게 자신감뿐 아니라 건강도 선물했다. 165cm 단신에 60kg이었던 체중이 54kg으로 줄고 보기 민망했던 아랫배도 쑥 들어갔다. 매일 집 인근 초교 운동장을 40~50분간 달리고, 15층 아파트 계단도 뛰어서 오르내린다. 그의 목표는 풀코스를 3시간 안에 주파하는 것.
달구네 총무인 아시아나항공 대구지점 윤이철(40) 대리는 마라톤이 성격까지 바꿔줬다며, 좬직장인들은 꼭 마라톤을 해야 한다좭고 했다. 마라톤으로 길러진 지구력과 인내력이 일에 대한 집중력과 적극성으로 연결되더라는 것.
성취감을 느끼기 위해 달리는 사람도 있었다. 달구네 웹지기인 대신증권 복현지점장 이수환(40)씨가 그런 경우. 40줄에 접어 들면서 갑자기 찾아온 매너리즘을 벗어 던지기 위해 '나 자신과의 싸움'을 선포했다. 달린지 일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내년 3월에는 풀코스를 완주키로 목표를 정했다.
달림으로써 인생의 즐거움을 찾는 '달구네' 사람들. 그들은 더 많은 사람들을 그 즐거움의 잔치에 초대하고 싶어 했다. "더 많은 시민들이 마라톤을 즐길 수 있도록내년에는 대구시민 마라톤대회를 꼭 열려고 합니다". 내년을 바라 보는 박인
규 회장의 각오였다.
이종균기자 healthcar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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