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은행파업 비상대책 혼란 가중

국민.주택은행 파업대책으로 내놓은 정부의 각종 방안이 사전준비 없이 급조돼 실제 현장에서 고객 불편을 조금도 덜지 못한 채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 소상인 등은 어음결제나 대출 같은 업무를 제대로 보지 못해 심각한 연말 자금난을 겪고 있으며 이에 따른 연쇄도산마저 우려되고 있다.

정부는 26일 파업 불편을 덜기 위해 국민.주택은행 거점점포 운영, 한빛.기업.신한은행에서 예금 대지급, 타행이용수수료 면제 등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구.경북지역 거점점포로 발표된 국민은행 대구 남산동지점, 주택은행 대구지점 등은 이날 오전 현재 점포 문도 열지 못한 채 자동화기기를 통한 업무만 간신히 보고 있다.

주택은행 대구지점을 찾은 이모(60.여)씨는 "상인지점에 갔더니 대구지점으로 가면 된다고 해서 이곳까지 왔는데 문은 닫혀 있고 안내문도 하나 없다"며 "상을 당해 돈을 찾아 서울로 가야 하는데 어떡하면 되냐"고 불만을 쏟았다.

두 은행이 통합점포 안내용으로 운영한다고 밝힌 전화도 통화중이거나 자동녹음 안내만 나올 뿐 직원연결은 되지않고 있다.

농협, 기업은행 직원이 두 은행 영업점 업무를 지원토록 하는 방안은 아예 무산됐으며 농협 직원이 국민은행 어음결제업무를 대신하는 방안도 농협 노조측 반발로 이뤄지지 못했다. 농협 대구지역본부는 정부 지시에 따라 5명을 금융결제원에 파견할 계획이었으나 노조 반대로 보내지 못했다.

한빛.기업.신한은행에는 예금을 대지급한다는 발표에 따라 고객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으나 이에 필요한 전산시스템이 언제 마련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실정이다.

기업은행 대구.경북지역본부 관계자는 "파업중인 두 은행 전산담당자들이 협력해주지 않아 전산작업이 언제 완료될지 서울 본점의 전산부도 모른다는 답을 들었다"며 "지점마다 국민.주택은행 예금을 찾을 수 있는지 묻는 고객 전화가 쏟아져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특히 기업고객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신용장 개설이나 매입 같은 수출입업무나 어음업무가 지연돼 예기치 못한 도산우려마저 높다는 것. 대출업무도 중단돼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국민은행 대구기업금융지점 관계자는 진행중이던 대출업무가 중단돼 자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기업들의 호소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훈기자 azzz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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