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형 할인점.패션몰 대구 대공습

2000년 한해동안 대구에서 가장 큰 변화를 이끌었던 업종이 유통업이다.동아.대백 등 양대 백화점이 워크아웃을 졸업하면서 기존 시장 지키기에 안간힘을 쏟은 가운데 거대 자본을 동원한 국내외 대형 할인점이 대구시장 파고들기에 나섰다.

이와 함께 98년부터 서울 동대문에서 시작돼 중저가 의류 유통시장 점유를 노리는 대형 패션몰이 올 하반기 대구에 속속 들어섰다.

업태의 변화가 활발했던 것에 반해 지역에서 영업을 시작한 할인점, 패션몰이 성공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고 있다. 비슷한 개념의 유사 업체들이 난립한 가운데 일부는 시장적응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백화점

지난해의 고성장세를 2년 연속 이을려는 꿈이 무산된 한해였다. 동아.대구 백화점은 올 총매출이 각각 7천800억원, 6천750억원으로 10.5%, 13.2% 증가했지만 전해의 성과에는 훨씬 못미쳤다.

양대 백화점이 올해 이룬 가장 큰 성과로는 나란히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서 벗어난 점. 동아는 98년 11월 이후 21개월만에, 대백은 19개월만에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백화점업계는 상반기까지만 해도 '장밋빛매출'로 달렸으나 하반기들어 극심한 소비심리의 위축으로 비상이 걸려 내년을 걱정하게 되는 경기급변현상을 겪었다. 동아백화점은 올해 어려운 경영사정에도 불구하고 정보인프라 구축, 대북한 경제활성화, 이업종 및 동업종 상품권제휴, 황금동 신사옥 이전 등 많은 일을 성공적으로 이루었다.

대구백화점도 인터넷쇼핑몰 활성화로 가입회원수 6만여명을 확보, 일매출 200여만원을 올리는 등 영업확대에 힘써 매출이익을 전해보다 2.3%정도 증가시키는 실속경영을 했다.

백화점업계의 공통된 고민은 불투명한 내년 경기. 두자릿수 성장은 포기하는 분위기이며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에 벌써부터 힘을 쏟고 있다. 대백은 경비감소, 내실경영, 서비스개발 등으로 고비를 넘을 각오이다. 동아는 쇼핑점의 리노베이션, e-Biz의 활성화, 고객중심 경영을 통해 우량기업으로 거듭날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할인점

동아백화점의 델타클럽, 하이퍼마트 동아칠곡점과 홈플러스, 코스코홀세일, 까르푸 중심의 할인점 시장은 작년 11월 E마트 성서점 개점을 계기로 시장 쟁탈전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신규점 진출과 부지 확보 경쟁도 함께 일어났다.

롯데마그넷의 서대구점, 월마트 시지점 등이 국내외 자본을 이끌고 경쟁에 뛰어들었다. E마트는 성서점에 이어 대곡점, 만촌점 등을 내년 상반기에 개점할 예정이다. 롯데마그넷은 서대구점에 이어 범어점 부지를 확보했다. 홈플러스는 성서점, 칠곡점 부지를 마련했고 월마트도 내년 중 비산동에 매장을 추가 개점할 계획이다.

진출 할인점 수가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경기침체가 심화되면서 상당수 점포는 매출 감소에 따른 불안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일부 할인점은 당초 일매출 목표를 3억원으로 잡았다가 2억원에도 못미치는 매출을 올려 당혹해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내년 상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쟁 점포 수가 늘어나는데도 경기 상황이 호전될 것으로 보이지 않아 업체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더욱 나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할인점 관계자들은 "지금까지 대구 할인점들이 무주공산에서 영업을 했다면 이제부터 치열한 생존경쟁 속에서 생사가 분명하게 구분되는 시대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패션몰

수백개의 소형 점포가 한 곳에 모여있는 패션몰은 지난해 속칭 야시골목에 들어선 갤러리존을 시작으로 대형 매장이 올 하반기 집중적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종합유통단지 대구디자이너크럽, 동성로 엑슨밀라노, 서문시장 베네시움 등이 300~800개의 매장을 입점시켰다. 내년 8월에는 전국적 브랜드로 성장한 밀리오레가 대구점을 개점하고 2002년에는 옛 대한방직 부지에 스펙트럼시티와 서문시장에 인터베네시움이 문을 연다.

지역 패션몰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장기적으로 대구 밀라노프로젝트에 기여하는 소매 유통업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단순한 부동산 개발업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 대백 본점 인근에 문을 열었던 CMB라는 패션몰은 개점한지 6개월만에 문을 닫고 임대분양자들에게 수천만원씩의 손실을 입혔다.

올 하반기에 개점한 엑슨밀라노, 대구디자이너크럽, 베네시움 등도 시장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상권에 따른 특성이 다르지만 최근 경기불황에다 경쟁점포 수가 점점 늘어나 점포간 명암이 뚜렷하게 갈릴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엑슨밀라노는 동성로 상권을 최대한 살려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반면 서문시장 베네시움은 점포 운영 및 관리능력이 떨어져 입점 상인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유통 전문가들은 "패션몰이 부동산 개발업에 성공했다고 해도 시스템에 의한 운영 관리능력이 없으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형우기자 yudam@imaeil.com 전계완기자 jkw68@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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