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이국땅에서 온 푸른눈의 처녀가 제주 해녀에 관한 생생한 논문을 쓰기 위해 직접 해녀 생활에 뛰어들었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지난 24일 제주도 남제주군 성산읍 온평리 속칭 '냇빌레' 잠수탈의장에서 해녀 입문식을 가진 화제의 주인공은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 출신의 인류학도 조세핀 라이트(Josephin Wright. 29)씨.
고향에서 온 부모와 마을 해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새내기 해녀로서 신고식을 마친 그녀는 해녀들과 함께 차가운 겨울바다로 뛰어들어 첫 '물질'(해녀들의 잠수작업을 일컫는 제주방언)에 나선 것.
미국 메릴랜드주립대에서 인류학 석사과정을 밟으면서 관련 연구서를 읽고 제주해녀에 관심을 갖게 된 그녀는 지난 93년 서울대에서 한국어를 공부했으며 이미 한달 전 국내 관련 연구자의 도움으로 성산일출봉 동쪽 마을인 온평리 현미자(60.여)씨 집에 둥지를 틀었다.
그녀는 앞으로 1년간 해녀들과 함께 생활하며 힘든 노동인 물질과 밭일까지 몸소 체험하는 등 제주 해녀의 특성을 연구, 오스트레일리아 캔버러국립대학 아시아.태평양연구소에 인류학박사학위 논문을 제출할 예정이다.
조세핀씨는 "해녀의 문화를 이해하려면 직접 체험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해녀생활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다"며 "해녀복을 입고 바닷속에 들어가보니 마치 바다와 결혼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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