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뇌물공사에 신음하는 울릉도검찰 공무원업자 18명 구속

기암절벽 등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던 울릉도 천혜의 관광자원이 뇌물공사와 행정당국의 불법 묵인으로 크게 훼손된 것으로 드러나 섬 전체가 충격에 휩싸였다.

대구지점 포항지청 주영환검사는 26일 울릉도 난개발과 관련, 뇌물을 주고받은 공무원과 건설업자 등 28명을 적발, 이중 18명을 구속했다.

검찰은 울릉군 북면 현포리 현포석산, 현포항 방파제 시공사인 동화건설과 사동항 방파제 시공업체인 삼부토건 관계자로부터 4천85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권성원(52), 진두현(58.현 부산컨테이너터미널(주)운영본부장), 김효곤(60.현 항만연수원 이사)씨 등 직전 포항지방해양수산청장 3명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시공사로부터 2천850만원을 받은 백상목(45) 포항지방해양수산청 항만공사과장을 비롯 손승열(48) 어항공사과장, 오봉진(47. 서기관. 부산시청 경제협력관실 파견 근무)씨 등 포항지방해양수산청 전 현직 공무원 7명도 같은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구속된 권청장 등 포항지방해양수산청 전현직 간부 10명은 석산 및 항만 공사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그동안 1억4천여만원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것. 검찰은 이들에게 뇌물을 건넨 삼부토건 경우 97년 한해에만 포항지방해양수산청에 1억여원의 로비 자금을 뿌려 항만공사업계의 엄청난 비리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산림법상 채석허가를 할수 없는 현포석산에 대해 허가가 가능토록 관련 공문서를 허위 작성해주고 돈을 받은 혐의(허위공문서 작성 및 뇌물수수)로 정복석(48) 농정해양과장과 김경옥(44) 전 산림계장 등 울릉군청 전·현직 직원 3명을 구속 기소했다.

이와 함께 이들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건넨 김종배(52) 동화건설 대표이사와 임한수(58) 동화건설상무, 강구동(42) 동화건설 울릉도 현포항 현장소장 및 김성철(60) 삼부토건 전무이사를 특정경제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손사(60) 전 사동항 책임감리자를 배임수재 혐의로 각각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구속된 동화건설 대표 김씨는 뇌물을 공여한 대가로 지난 93년부터 현포석산의 허가외 산림 1만4천여평을 무단 훼손, 20만㎥의 토석을 초과 채취해 26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외 죄질이 비교적 경미한 5명은 관계기관에 비위사실을 통보, 자체 징계토록 했으며 공사업체 관련자 4명은 계속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지자체가 천혜의 자연경관을 최대한 보존하고 이미 개발된 관광지역을 정비하는 등 장기적인 안목의 울릉도 개발을 시행하기보다 단기적인 수요에 급급, 자연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특별법을 제정, 울릉도를 보존하는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포항.최윤채기자 cychoi@imaeil.com

불법실태.뇌물고리.수사과정...

복마전이었다. 검은 뇌물 고리로 연결된 업자와 공무원은 난개발로 신음중인 울릉도의 아픔은 안중에도 없었다. 특히 업자가 허가 경계구역까지 지정, 관계기관에 제출해도 서류가 통과될 정도로 울릉도 난개발의 이면에는 온갖 비리가 난마처럼 얽혀 있었다. 검찰 수사관들은 『업자가 공무원인지, 공무원이 업자인지 헷갈릴 정도』라며 혀를 내둘렀다.

□ 불법 실태

관련법상 주변 경관이 뛰어난 울릉군 북면 현포리 일대 석산지역은 만조해안선으로부터 100m 이내에 위치, 관련법상 채석허가를 내 줄 수 없다. 그러나 문제의 현포석산은 87년부터 울릉군의 허가를 받아 항만공사에 필요한 토석을 조달해 왔다.

검찰수사결과 동화건설은 지난 93년부터 허가면적 외에 1만4천평의 산림을 더 훼손하고 토석 20만㎥를 초과 채취, 26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채석 현장은 그동안 마무리 작업이 제대로 안돼 바닷가에 흉한 모습으로 남아 있다.

□ 뇌물 고리

동화건설은 10년전 퇴사한 기사의 자격증을 도용, 관련 서류를 위조해 군에 제출했는데도 군 관계자들은 확인은 물론 관련 부서와의 협의도 없이 처리해 주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허가 경계 표시도 업자가 편의에 따라 멋대로 선을 긋기까지 했다는 것.

검찰은 업자가 이같은 불법을 저지른 데는 불법으로 벌어들인 검은 돈을 공무원들에게 마구 뿌렸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삼부토건의 경우 포항지방해양수산청에 뿌린 97년 한해의 로비자금이 1억여원대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뇌물 관행으로 미루어 지금까지 오간 뇌물 액수는 엄청나게 불어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뇌물을 챙기는 데에는 지위의 고하가 없었다. 심지어 포항지방해양수산청장은 직전 청장 3명을 포함, 공사관련 간부 10명이 검은 돈을 받았다가 쇠고랑을 차 그동안 소문으로 나돌던 '물좋은 자리'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또 일부 공무원들은 허가지역 외 채취, 허가량 초과 반출, 각종 환경법규 위반을 묵인해주는 댓가로 아예 월급 형태로, 매달 1∼2회씩 정기 상납을 받기까지 했다.

□ 검찰 수사 과정

울릉도가 난개발로 몸살을 앓는다는 여론이 제기되자 검찰은 지난 9월 내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본격 수사에 들어가기 앞서 담당 검사를 현지에 파견, 실태조사를 벌였으며 단서를 포착한 후 담당수사관들을 울릉도로 보내 관련 서류를 압수했다. 울릉도 개항이후 현직 수사관들이 압수수색영장을 갖고 방문, 수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일단 관련자들을 기소한후 본건과 관계된 수사는 계속할 방침이다. 특히 울릉군이 수년에 걸쳐 허가를 내줬다는 사실을 중시, 고위공직자들의 관련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를 집중키로 했다.

□ 울릉군의 또 다른 석산개발 움직임

검찰수사결과 울릉군은 삼부토건의 제2석산 개발 요청을 받아 들여 울릉읍 사동2리속칭 「물래치석산」과 서면 통구미리 해안가 「대석석산」을 개발할 계획을 진행시키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물래치석산에는 울릉군이 40억원의 예산을 투입, 참여한다는 계획까지 잡아 놓았던 것. 검찰은 이를 방치할 경우 기암절벽이 훼손돼 울릉도는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관계 당국의 적절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자재 육지서 반입

그동안 울릉도 개발에 필요한 자재들을 육지에서 반입할 경우 공사비가 엄청 더 들어간다는 것이 통설이었다.

실제 울릉군 등은 언론이 문제를 제기하자 자재를 육지에서 들여올 경우 무려 5배 이상 공사비가 추가된다는 논리로 석산 개발의 당위성을 홍보했다. 그러나 이번 수사결과 이같은 주장은 허위였음이 밝혀졌다. 항만 공사를 하고 있는 삼부토건은 울릉도에서 석산 개발을 하고 있는 동화건설로부터 ㎥당 2만6천원에, 영덕 등 육지로부터는 2만7천원에 석재를 반입한 것으로 밝혀진 것. ㎥당 불과1천원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울릉군의 주장을 무색케 했다.

□ 울릉도 난개발 대책

검찰은 울릉도 전역 및 주변 해상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 울릉도 개발에 소요되는 석재 등은 전부 육지에서 반입, 울릉도내 자연 훼손을 방지해야 하며, 그 소요예산은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 이와 함께 울릉도내 석재개발 등은 지방자치단체장이 아닌 주무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특별법을 제정해야 울릉도를 현재 상태로나마 유지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포항.최윤채기자 cychoi@imaeil.com 울릉.허영국기자 huhyk@imaeil.com

국토의 막내 마구 파헤치면 곤란,울릉도 난개발 무엇이 문제인가

「개발이 불가피하지만 무분별해서는 안된다」 울릉도 난개발로 관계공무원과 업자들이 검찰에 무더기 구속되면서 울릉도 주민들이 토로하는 의견이다. 울릉도를 찾은 관광객들의 생각도 주민들과 엇비슷하다.

대구에서 왔다는 김모(49)씨는『섬일주 유람선을 타고 한바퀴 둘러보니 곳곳에 파괴 현장이 있었다』면서『이게 아닌데 …』하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자연자체가 자원인 울릉도가 민.관.군이 따로없을 정도로 개발과 안보라는 미명 아래 산허리가 잘려나가는 등 무차별 훼손되고 있다.

특히 최근엔 군부대 시설 공사와 국방부 소유 부지가 논란의 초점이 되고 있다. 울릉군 북면 나리(羅里)분지와 원시림 군락지인 말잔등지구.

공군 모부대가 지난해 3월부터 레이더 기지와 막사 등 시설 공사를 벌이고 있는 두곳은 기반 조성을 하면서 희귀종인 섬고로쇠나무 수천그루가 잘려 나갔다. 이 일대는 현재 보안이라는 이유로 관광객들이 사진 촬영조차 못한다.

북면 천부4리 석포지구. 이곳은 울릉 주민 숙원사업인 비행장 최적 후보지로 꼽힌다. 그러나 이곳도 군당국이 이미 지난 76년 한복판에 2만2천평의 부지를 매입, 비행장 건설 무산 위기에다 또 어떤 파괴가 진행될 지 알기 어려운 형편이다.

현재 군당국이 울릉도에서 전략상 이유를 들어 시설을 추진중이거나 설치를 마친 면적은 5만5천여평이나 된다. 쓸만한 땅이 별로 없는 울릉도에선 이정도 규모는 상당히 넓은 편에 속한다. 일각에서는『국방부가 울릉도를 군사요충지로 만들려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공사비를 아끼기 위해 설계된 울릉도 항만공사도 문제다. 여건상 항만건설이 불가피하지만 당국의 근시안적 판단이 울릉도를 망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항만공사는 울릉항과 현포어항 두 곳.

도동항에서 2km 정도 떨어진 사동리 울릉항은 15만7천평에 달하는 공사로 지난 93년 착공, 8년째 계속되고 있다. 93년 착공한 북면 현포어항공사도 2003년 준공 목표로 시공이 한창이다.

문제는 두곳 모두 20∼30m 이상의 바다 밑을 현지에서 캐낸 돌로 매립하고 있다는데 있다. 당국은 육지에서 토석을 반입할 경우 공사비가 몇배나 든다며 현지에서 섬의 산허리를 마구 잘라내는 방법에 의존, 검찰 조사를 받은 현포리 석산은 물론 남양리 구암석산 일대도 매년 수만톤을 채굴해 현장이 보기 민망할 정도로 흉한 모습이 됐다.

특히 현포 석산은 자연경관이 수려한 해안변에 위치해 해상관광 유람선을 타면 한눈에 들어오는데도 십수년동안 개발이 가능토록 허가, 진작부터 논란이 돼 왔다.

지역환경운동단체와 주민들은 검찰 수사가 발표되자 공무원들이 울릉도의 장래를 고려한 것이 아니라 '검은 돈'에 따라 불법을 묵인해 왔다는 사실에 경악하고 있다.

지난 94년부터 산허리를 드러내고 있는 구암리 석산은 게다가 당초 지질조사 잘못으로 돌보다 흙이 더 쏟아지는 현상이 나타나 다른 석산 개발이 불가피한 형국.

관광업계는 울릉도 훼손은 개발 우선 논리로 접근한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서태양 동국대 관광대학장은『많은 사람들이 관광을 하는 이유는 차별화된 문화를 느끼고 보기 위해서다. 산허리를 잘라내고 희귀 수목들을 마구 파헤쳐 버리면 무엇때문에 울릉도까지 가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서교수는 또 자연과 조화되지 않는 울릉도 개발에 분통을 터뜨렸다. 산악이라는 주변 조건을 절묘하게 개발, 세계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스위스처럼 울릉도도 친환경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조화 개발의 대표적 케이스로는 울릉도 일주도로가 꼽힌다. 지역 개발을 위해 일주도로는 불가피하다 할지라도 지금처럼 콘크리트로 뒤범벅 시켜 놓은 공법이 과연 타당하냐는 것.

울릉도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개발방향을 제시하는 층이 없다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도내에서 학자건 공무원이건 울릉도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이들을 찾아 내기는 쉽지 않다. 학계에선 학술 용역을 받으면 단기간에 현지 조사를 거쳐 결과물을 내놓고 있을 뿐이다.

1년 정도 근무하다 이동하는 공무원들에게도 전문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현재 울릉군에는 장기 종합개발 마스터플랜조차 없는 상태여서 주먹구구식 개발을 방증하고 있다.

울릉도에 대한 홀대는 중앙정부도 마찬가지다. 최근 울릉도 난개발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자 국무총리실에서 현지 실태 조사를 벌이는 등 부산을 떨었으나 내놓은 대책이라곤 일주도로를 지방도로 승격, 관리하겠다는 정도다. 당국의 무관심과 무계획속에 울릉도가 기형의 섬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포항.최윤채기자 cychoi@imaeil.com, 울릉.허영국기자 huhyk@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