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택은행 노조원들의 농성장인 경기도 일산의 국민은행 연수원에 27일 오전 경찰력이 투입돼 연좌농성을 하던 1만여 노조원들이 강제해산됐다.
이에 대해 두 노조는 분회별로 파업을 계속하겠다고 선언했고 금융노조는 28일 예정대로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혀 28일 은행 총파업 여부가 이번 파업사태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또 28일 은행 총파업이 강행될 경우 은행업무 마비로 인한 연말 금융대란이 우려된다.
경찰은 27일 오전 8시 10분 여경 1개 중대를 포함한 51개 중대 7천여명을 연수원에 투입, 운동장에서 농성중이던 노조원 1만여명을 강제해산시켰다. 외곽경비를 서던 노조 사수대 600여명을 비롯해 노조원들은 저항없이 물러서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두 노조는 그러나 일단 해산한 후 분회별로 파업을 지속하고 업무에는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산업노조측은 "두 은행 노조는 28일 이후 제2의 집결지를 정해 파업을 계속할 것이며, 28일 은행 총파업도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조흥.한빛.평화은행 등이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하는 등 각 은행 노조는 금융노조 지침에 따라 파업을 준비중이다. 그러나 동조파업 열기가 높지 않아 전면 총파업이 벌어질 가능성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는 이날 오전 10시 은행회관에서 진념 재정경제부 장관,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 김상훈 국민은행장, 김정태 주택은행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두 은행 정상화 방안 및 은행 총파업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두 은행 노조원들이 28일 업무에 복귀하면 처벌하지 않기로 하고 은행 간부들을 총동원해 설득키로 했다. 반면 업무복귀를 거부하는 노조원에 대해선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파업이 계속될 경우 일부 점포를 폐쇄하고 다른 은행에서 600명을 파견키로 했다.
이상훈기자 azzza@imaeil.com
헬기 저공비행으로 기선 제압
경찰은 27일 경기도 고양시 국민은행 일산연수원 국민.주택은행 노조 파업 철야농성장에 물대포 대신 기선 제압용 헬기 저공 비행을 도입, 노조원들로부터 위험하고 비신사적이라는 비난을 감수했다. 추운 겨울날씨를 감안, 공중에서 고압 살수하는 일명 '물대포' 대신 운동장 상공에 헬기 2대를 지상에서 10m 높이까지 저공 비행시켜 운동장에 설치돼 있던 대형 천막 1백50여 채를 자동 철거(?)했다.경찰은 이 작전으로 대형 천막에 가려져 있던 현장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됐고 곧 이어 팔짱을 끼고 누워 해산에 저항하던 노조원들을 정문 쪽으로 밀어냈다. 그러나 추위를 녹이기 위해 피워 놓은 모닥불씨가 날리면서 곳곳에 작은 불이 나고 대형 천막이 30m 밖으로 날아 가 사고 위험성이 노출 되는 등 부작용도 빚어져 노조원들은 천막 설치용 쇠파이프를 빼 들고 격렬히 항의, 한때 충돌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일기도 했다.
현장에서는 병력 투입 직전 한진희 일산경찰서장이 압수수색영장을 배장환 연수원장에게 제시하고 병력 투입 사실을 정식 통보하는 모습이 연출돼 앞으로 대규모 농성 진압 작전과 관련된 합법적 모범 사례로 지적됐다. 롯데호텔 농성 진압과정때 불거졌던 성추행을 의식한 경찰은 여경 1개 중대 140명을 동원하고, 노조원들을 몸으로 밀어내는 과정에서도 여직원들에게 절대 손을 대지 마라고 경각심을 일깨웠다.
은행파업 장기화, 국민불편 '도를 넘었다'
국민.주택은행 노동조합의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고객 불편이 극에 달하고 있다.
거점점포 운영, 타 은행에서의 예금 대지급 등 정부의 파업대책이 거의 실행되지 않은 데다 연말 금융업무가 쌓여 개인 및 기업들의 금융업무가 큰 차질을 빚고 있다.
27일 대구.경북지역 은행들에 따르면 연말을 앞두고 은행 각 점포는 아침 일찍부터 몰려든 고객들로 북새통을 빚고 있으며 곳곳에서 기다리다 지친 일부 고객들이 항의하는 소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성탄절 연휴가 끝난 26일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대구은행 본점에는 대기순번이 하루종일 150번까지 밀렸고 자동화기기에도 수십명씩 행렬을 이뤘다. 고객들은 단순 세금납부에도 몇십분씩 기다리는 불편을 겪었고 영업시간이 한시간이나 지난 오후 5시30분까지 고객들로 붐볐다.
영업부 박성동 부장은 "공과금 납부 및 카드결제 마감, 월급일 등으로 월중 가장 바쁜 날인 25일이 휴일로 하루 밀렸고 연휴 다음날이 겹친 데다 파업 중인 두 은행에서 돈을 찾지 못한 고객까지 몰려 개점 이래 가장 붐볐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평소 하루 400~500명의 고객이 이용하던 농협 대현동지점에는 이날 2배가 넘는 1천명이 몰려 올들어 가장 많은 고객 수를 기록했다.
이와는 반대로 국민.주택은행에는 거점점포 운영이 이뤄지지 못해 고객들이 그냥 발길을 돌리고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대구 남산동지점을 거점점포로 운영할 계획이었으나 출근하기로 했던 계약직 직원 대다수가 연락까지 끊고 나오지 않아 27일 현재 이틀째 문을 열지 못했다. 자동화기기도 절반이상이 현금부족 등으로 작동되지 않았다.
주택은행은 26일 대구지점과 수성동지점을 열었으나 한꺼번에 고객이 몰려 이를 처리할 일손이 턱없이 부족하자 문을 닫은 뒤 간헐적으로 점포를 열었다. 또 오후에는 영업한다는 소식을 듣고 노조원 가족들이 몰려와 항의하자 이마저 폐쇄했으며 27일에는 아예 개점하지 못하고 있다.
어음이나 수표교환, 대출, 외환 등의 업무가 거의 안돼 기업고객들의 자금난은 물론 부도우려까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연말 신용장 개설 등을 앞둔 기업들은 다른 은행에 가도 제때 업무를 처리하지 못해 발만 구르고 있다.
이상훈기자 azzz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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