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생활한방-우황청심환

우황청심환은 중국 송나라 때 국가 명령으로 발간된 '화제국방'(和劑局方)에 수록된 처방이다. 산약(山藥) 서각(犀角) 용뇌(龍腦) 석웅황(石雄黃) 황금(黃芩) 사향(麝香) 등 30가지 약재로 구성된, 중풍 등 풍병에 구급약으로 사용되는 명방이다.중국은 나라가 넓고 각 지역별로 아주 다른 환경을 가지고 있다보니 동서남북으로 각각 다른 의학이 발전하기도 했다. 청심환도 각 지역별로 수십 가지 종류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화제국방'의 우황청심환을 약 1천년간 임상에서 활용해 발전시켜 왔다. 김매순(金邁淳, 1776~1840)의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에는 재미있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 "중국 북경사람들은 청심환이 다 죽어가는 사람들을 회생시키는 신단(神丹)이라 해 우리 사신들이 북경에 들어 가기만 하면 왕공귀인들이 모여 들어 구걸하지 않는 자가 없었다. 들볶이는 것이 귀찮아 약방문을 전해 줬지만 만들지를 못해, 왜 이것을 만들지 못하나 이상하게 생각됐다".

이제 우리도 우황청심환은 대부분 가정에서 몇 알씩 준비해 두는 가정 상비약 중 하나가 됐다. 그러면서 머리가 아파도 우황청심환, 배가 아파도 우황청심환, 조금만 불안해도 우황청심환을 찾는다. 그러나 그것이 일상적으로 먹는 건강식품이 아니라, 약품, 그것도 생명이 위독한 상황에서 투여하는 응급약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이 약이 분명 좋은 것이긴 하나, 만병통치약은 결코 아니며, 중풍 걸린 경우의 응급처치를 목적으로 투여하는 약물인 것이다.

운전면허 수험생이나 고3 입시생들이 시험 때 '부적' 처럼 청심환을 복용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런 경우는 중풍이 아니고 '중기증'(中氣症)에 해당된다. 때문에 처방도 '소합향원'(蘇合香元)이라는 게 더 적합하다. 중기증이란 중풍 비슷하게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질환이다. 중풍은 풍열(風熱)이 원인 돼 발생하지만, 중기는 경락(經絡)의 순환장애로 인한 인체의 일시적인 기(氣) 정체현상이다. 만약 우황청심환을 투여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어떤 약이라도 적응증이 있는 것이다. 그에 맞는 경우는 약이 되지만, 아닌 경우에는 도리어 독이 된다. 우황청심환도 정확한 진단 뒤에 투여할 때에만 기사회생의 명약이 될 수 있다.

변준석교수(경산대 한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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