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남의 젖줄 1300리 생태계 조명

강원도 남단 태백에서 시작돼 1천300리 길을 구비구비 돌아흐르는 낙동강. 그 낙동강 상류의 4월은 잔설이 남은 아직은 얼어 붙은 땅이다. 이 얼어붙은 땅에 가장 먼저 봄소식을 전하는 것은 1천m 고지의 눈속에서 피어나는 복수초. 해가 뜰 때 꽃잎을 열었다가 해가 질 때 지는 복수초는 마치 꽃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신비감을 간직하고 있다. 27일 밤 10시 KBS의 자연 다큐멘터리 '낙동강'은 이렇게 피어나는 복수초의 개화로 시작된다. 새 봄의 복수초처럼 영남의 젖줄 낙동강에서 희망과 새 생명을 찾아보자는 의미다.

촬영팀이 베이스 캠프를 친 곳은 경북 봉화군의 백천 계곡과 운곡천. 백천계곡에서는 수중 촬영을 위주로 한 수서 생태, 운곡천에서는 조류를 중심으로 한 수변 생태를 취재했다.

백천계곡의 수중촬영은 토속어종 꺽지의 산란과 부화의 전 과정을 수중몰래 카메라를 이용해 담는데 성공했다. 자연상태에서의 꺽지와 올챙이의 공생관계를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던 것도 행운. 올챙이는 꺽지 알의 부화를 돕고 부화후에는 양수를 먹는 공생관계가 확인됐다.

수변촬영팀은 올빼미와 원앙.수달 등 수변생물의 생태를 카메라에 담았다. 3월부터 시작한 올빼미 둥지. 2개월여간의 새끼 키우기가 끝나면 올빼미는 떠나고 그 자리는 여름 철새인 원앙의 차지가 된다. 강변의 돌로 쌓은 벽과 흙벽에서는 노랑할미새.청호소반새 등 여름 철새가 각각 둥지를 마련해 새끼를 키운다.

낙동강의 수변생태가 탄생의 몸부림을 앓을 때, 낙동강의 수중생태는 댐으로 인한 심한 몸살을 앓고 있었다. 봉화군에는 수력 발전을 위한 세개의 소수력 발전용 댐이 있고 그 아래에는 안동댐이 있다. 소수력 발전용 댐은 물고기의 이동경로를 차단하고 생물종의 고갈상태를 초래했고 급기야는 지역주민들이 다른 곳에서 물고기를 잡아 방류하는 실정에까지 이르렀다. 안동댐은 홍수조절과 용수공급, 전력 생산을 위한 다목적 댐이지만 그안에는 지금 외래어종이 수중생태를 완전 장악했다. 길이가 1m가 넘는다는 거대한 백연어의 기괴한 모습도 담았다.

하류로 내려올수록 골재채취와 수변개발로 모래와 자연 습지가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는 현장을 찾아 낙동강의 보존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본다.

정창룡기자 jc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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