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가 한 마을의 골목길을 샅샅이 알면 화냥기를 안다'는 옛말이 있다. 여성이 조신하게 집에 있지않고 돌아다니는 것을 바람난데 비유한 말이다. 이때문에 70, 80년전만해도 여학생에게 한반도의 지리를 가르치고 더구나 세계지리를 가르치는 것은 금기중의 금기였다. 1915년께 서울의 몇몇 여학교에서는 지리책을 아예 교무실에 보관해 두었다가 지리시간에 나누어 주고 공부한 후 회수하는 진풍경이 빚어진 것도 이런 연유였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0년 한국의 사회지표'를 보면 여성의 41.1%가 이혼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맞벌이 부부의 50.2%가 가사(家事)를 분담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20대여성의 42%가 결혼을 꼭 해야하는것이 아니라 좋은 사람 있으면 해도 좋고 안해도 그만인 '선택'으로 받아들이고 있고 꼭 해야 된다고 믿는 사람은 13.5%에 불과 하다고 보고 했다. 불과 70, 80년전만해도 숨도 못쉬던 여성들의 의식구조가 가히 혁명적으로 변화, 새삼 현기증마저 느끼게 된다. 통계청 보고서는 또 우리 국민의 평균 연령이 1970년도의 24세보다 8.6세 높아진 32.6세로, 평균수명도 74.4세로 밝히고 있어 우리도 선진국의 고령화 추세를 닮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밖에 휴대폰 보급이 올 연말께 2천690만대로 예상, 2명중 1명 가진꼴이고 PC통신 가입자는 1천15만5천명으로 5명중 1명이 가입, 첨단문명의 혜택을 누리고 있음을 드러냈다. 그러나 문명의 이기가 이처럼 널리 보급되고 평균 수명이 늘어나는 삶의 질은 별로 높아지지 않고 있다는 것만 같다. 우선 각종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98년에 비해 범죄건수는 1.9%줄었지만 폭력, 상해, 강간, 살인 등 강력범죄는 무려 18%나 늘었다. 게다가 국민총소득은 1천21만원으로 8.3%나 증가 했지만 최종소비 지출은 7.7%나 감소, IMF의 어려움을 겪은 상당수의 국민들이 과거처럼 돈을 펑펑 쓰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1994년에는 우리 국민의 60.4%가 중산층이라 믿었던 것이 이제는 54.9%만이 중산층으로 자부하고 있다고 통계청 자료는 밝히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디지털시대를 맞아 과거 어느때보다 갖가지 문명의 혜택을 누리고 있지만 '2000년 우리의 자화상'은 결코 밝지만은 않은 것이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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