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상용차 퇴출로 불거진 삼성그룹 부도덕성 논란은 대구 시민들의 반삼성운동으로 이어졌다. 반삼성운동은 기업 윤리를 저버린 삼성에 대한 '응징'과 무책임한 관료조직에 대한 시민들의 '저항'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70개가 넘는 노동.시민단체의 반삼성운동 참여는 90년대 이후 지역에서 보기드문 대규모 시민운동으로 발전했다. 지금까지 시민운동이 시민운동단체 중심의 운동이었다면 '삼성제품 불매와 삼성그룹 응징을 위한 대구시민모임'에는 시청, 구청의 중하위직 공무원 조직이 자발적으로 나섰을 정도로 참여의 폭이 넓었다.
대구 도심에 삼성그룹을 비난하는 플래카드 수백개가 나부꼈고 삼성금융플라자, 동성로, 홈플러스 등지에서 수십~수백명의 대구시민모임 회원들이 시민 서명을 받고 무언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대구시에 대한 비판도 잇따랐다.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이 대구시를 방문한다는 소식에 대구시민모임 회원들이 시청으로 몰려가 시장 퇴진을 요구하며 집무실에 계란 수백개를 던졌고 급기야 이 회장은 대구 방문 계획을 취소하고 서울로 돌아가는 해프닝이 있었다. 대구시와 언론사 홈페이지 등에는 삼성과 대구시를 비난하는 글들이 하루 수십통씩 빠지지 않고 올라와 시민들의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11월 초에 시작된 반삼성운동은 같은달 중순부터 삼성제품의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삼성전자 제품의 매출 점유율이 점포에 따라 타 가전회사 제품에 뒤처진 것은 반삼성운동의 여파였다. 이런 현상은 에니콜로 대표되는 삼성전자의 지역 휴대폰 판매량 감소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영국회사로 매각되고도 삼성이 지분 19%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불매대상 점포가 된 홈플러스 대구점은 대구시민모임의 요청에 따라 삼성카드 매장을 철수시켰다. 홈플러스는 반삼성운동의 영향으로 하루 평균 매출이 1억원 가량 줄어든 것으로 자체 분석할 정도였다. 동아.대백 등 지역 양대 백화점에도 삼성 관련 제품 매출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그러나 지역 시민노동단체들이 불을 붙인 반삼성운동은 대구시민들의 동참을 이끌어내고 삼성 그룹 계열사에 매출 감소라는 타격을 줬지만 상용차 회생, 대체산업 육성 등과 같은 결과물을 얻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일부에서 제기한 "삼성이 원하는 것은 대구시민들의 힘 빠지기다"라는 말이 설득력을 얻을 정도로 대구시민모임의 노력은 메아리없는 외침이었다.
반삼성운동의 열기가 여전한데도 구체적인 성과물이 나오지 않는 것은 제도권 안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대구시의 먼 산 불구경식 대응이 한 몫을 했다. 대구시는 상용차 퇴출에 대한 분명한 설명과 논리 없이 '시장 경제논리에 따른 것'이라는 삼성그룹구조조정본부의 논리를 대변하는 식이었다.
대구 시민들의 반삼성 여론을 모아 삼성그룹과 구체적인 협상을 진행시켰어야 할 시 의회도 여론의 부담을 잔뜩 않은 채 이성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였다.
반삼성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김경민 대구YMCA 시민사업국장은 "반삼성운동이 대구 시민 전체에 도움이 되는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시민운동 차원에서 반삼성 열기를 고조시키고 시 의회, 대구시 등이 제도권 내에서 삼성과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며 "반삼성운동은 아직 끝나지 않은 대구 시민들의 정당한 싸움"이라고 말했다.
전계완기자 jkw68@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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