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英 타임스 세계경제 분석

미국의 세기는 가는가? 영국의 타임스 신문이 최근의 경제 상황 변화를 기반으로 유럽이 다시 세계의 중심이 될 가능성을 타진해 관심을 끌었다. 아래는 보도 요지미국과 인터넷에 기초한 '신경제'의 등장으로 요란하게 시작됐던 올 한해가 시작 만큼이나 요란하게 끝나고 있다. 미국 월가에서는 '기술주'라 불리는 주식 값이 피크 때의 절반 정도로 폭락하고, 신경제의 대표주자 격인 MS.인텔.AOL.시스코.야후 등은 최고가의 60∼80%로 하락했다.

또 미국 FRB(연방 준비제도이사회)는 미국 경제가 침체국면을 맞을지 모른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부시 대통령 당선자는 차기 재무장관으로 이른바 정통파 '구경제' 업체인 앨코어사 폴 오닐 회장을 지명했다.

반면 대서양 건너 유로화는 지난 8월 이후 최고치로 급등했다. 프랑스 재무장관은 유로의 상승세가 "이제 겨우 시작됐으며, 앞으로 몇주일 혹은 몇달간 계속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내년에 유럽 경제성장률이 미국을 앞지를 수도 있다고 했다. 유럽 중앙은행(ECB)은 유로화 지역의 경제성장률이 내년에는 3.6%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여러 현상들이 '미국의 세기'가 끝나가고 있음을 말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앞으로 10년 간 미국 대신 유럽이 세계경제의 주도세력이 될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미국 경제의 불길한 조짐들이 그 자체로 세계적 경제력 균형의 항구적인 변화를 초래하기에는 충분하지도 않다. 유럽 역시 대량실업 극복을 수출증대에만 의존한다면 미국경제 약화가 유럽에 오히려 나쁠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의 세기가 끝나가고 있는지 어떤지 하는 질문이 심각하게 제기되는 것 자체가 세계 경제력 균형의 변화를 의미하는 중요한 것이다.

더욱이 최근의 유럽은 자력으로 지속적 경제성장을 이루려는 의지와 능력을 보여주고 있기까지 하다. 특히 니스 정상회담 이후 나타난 선택, 즉 강압적 정치적 통합 보다는 다양성을 인정하려는 현실주의가 21세기 힘의 원천이 돼 유럽은 적어도 앞으로 몇년간은 미국 경제성장을 따라잡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게다가 경제적 전망도 모두 좋아지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ECB가 긴축 위주의 정책을 버리고 감각을 되찾기 시작했다. 각국 정부들도 긴축정책을 다소 완화시키고 세금을 내리고 있다. 덕분에 소비와 투자가 활발해지는 가운데, 유로화 약세는 유럽의 대 미국뿐 아니라 대 아시아 수출도 확대시킬 것이다. 유가도 지난 9월 피크때 보다 30% 하락, 미국 보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유럽이 더 큰 혜택을 볼 것이다.

유로화 약세는 중기적으로 더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1990년대에는 달러화에 대한 강세 고집, 높은 사회비용 및 세금 등이 겹쳐 유럽은 세계에서 가장 사업하기 비싼 지역이었다. 그러나 유로화 약세로 상황은 반전됐다. 외국인 등의 투자가 회복되기 시작했다. 유로화 과대 평가만 잘 막으면 이같은 경쟁력 개선은 앞으로 몇년간 더 지속될 것이다. 장기적으로도 개혁을 지금같이만 해 나가도 실업률이 2005년 쯤엔 미국과 같은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다. 지난 40여년간 대부분 미국을 앞서온 생산성도 더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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