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욕의 2000년 스포츠

새 첫년 첫 올림픽이 열린 올해 스포츠계는 어느 해보다 뜨거웠다. 많은 스타들이 명멸하며 국민들의 가슴에 희망과 감동을 안겼고 시드니올림픽에서 남북동시입장과 2002년 월드컵 분산개최로 남북스포츠 교류의 활성화 가능성을 열었다.

이와 함께 해외에서는 타이거 우즈, 비너스 윌리엄스 등 걸출한 스포츠 영웅들이 경이로운 기록행진으로 스포츠 팬들을 흥분시켰고 국내 스타들 중에는 박찬호, 김미현이 해외에서 승전보를 날리며 국민들을 기쁘게 했다.

지난 9월 지구촌의 이목을 집중시킨 시드니올림픽은 코리아를 위한 대회. 남북한 180명의 선수단은 남북의 공동기수를 앞세우고 동시입장, 스포츠를 통한 남북화해의 물꼬를 트며 세계인의 뜨거운 축복을 받았다.

시드니에서 금메달은 따내지 못했지만 0.2점차로 은메달에 머문 강초현은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새겼다. 예쁘장한 외모와 다부진 말씨, 월남전에서 다리를 잃은 아버지를 업고 다녔다는 효행까지 합쳐져 '강초현신드롬'을 몰고 왔다.

또 부상을 딛고 최선을 다한 레슬링의 김인섭, 10년동안 줄기차게 정상에 도전한 체조의 이주형도 아쉽게 은빛메달에 그쳤지만 국민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일으켰다사상 첫 러시아를 격파한 여자농구, 종주국 유럽의 강자들을 물리치고 최정상에 오른 남자펜싱의 김영호(29), 변변한 경기장 하나 없는 척박한 현실을 딛고 '눈물의 금 메달'을 딴 남자하키, 2개체급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레슬링 심권호의 활약은 올림픽 5연속 톱10진입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아쉬움을 씻기에 충분했다.

올해 테니스계는 '이형택돌풍'이 휘몰아쳤다. 지난 9월 이형택(24·삼성증권)은 국내 최초로 메이저대회인 US오픈에서 16강에 오르는 쾌거를 이루고 세계랭킹 90위권에 올랐다.

반면 한국축구의 몰락은 팬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지난 9월 시드니올림픽과 아시안컵 본선에서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린 한국축구는 네덜란드 히딩크 감독을 긴급수혈, 명예회복에 나섰다. 축구팬들은 월드컵 주최국의 자존심을 살려 16강고지에 오르기 위한 시험대를 내년 6월 한·일양국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대륙간컵에서 확인하게 될 전망이다.

선수협 파동으로 시작된 새해 새 첫년 프로야구는 현대가 시즌 최다승(91승)으로 리그우승과 함께 한국시리즈에서도 두산을 4승3패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반면 삼성은 수십억원을 들여 스타급 선수들을 싹쓸이했으나 정상정복의 꿈을 다음 시즌으로 미뤄야 했다.

94년 청운의 꿈을 안고 메이저리그에 입문한 박찬호(27)는 데뷔 5년만에 시즌 최다승인 18승을 올리며 한해 평균 1천500만달러에 이르는 스포츠재벌이 될 전망이고 김병현의 돌풍도 뜨거웠다.

선동열은 20억원을 뿌리치고 명예로운 은퇴를 선언하며 최고의 선수답게 끝맺음도 깔끔, 역시 '국보급투수'라는 찬사를 들었다.

해외에서는 타이거 우즈가 최연소 그랜드슬램을 달성과 올 시즌 10승 이상을 챙기며 세기의 골프황제로 등극했고 흑진주 비너스 윌리엄스는 6개 대회를 연속으로 휩쓰는 기염을 토했다.

팬들은 영원한 강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는 스포츠 무대에서 2001시즌에 또다른 감동의 주인공 출현을 기대하고 있다.

이춘수기자 zapper@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