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새 천년 또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매년 그렇듯 이맘때면 망년회니 송년회니 해서 술 마시는 자리가 잦아진다. 친구들을 만나면 "오늘도 망년회가 있었는데 간신히 빠져 나왔어""내일도 모레도 망년회 스케줄로 꽉 찼어"하며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송년의 뜻 깊은 자리를 꼭 술로 보내야 하는지 의문스럽다. 술 마시는 양도 개인의 주량을 고려하지 않아 폭음하는 경우가 많다. 폭음은 개인의 건강을 해치는 것은 물론 모임의 분위기를 무르익게 하기보다 망치는 경우가 적지않다. 또 술자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정 불화로 이어지기도 한다. 특히 일부 남성들은 폭음을 자랑삼아 이야기하는 모습도 흔하게 볼 수 있다.
폭음의 '주범'은 잔 돌리기다. 술잔을 돌리는 습관이 술을 필요이상으로 권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술잔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정확한 문헌상의 기록은 없지만 여러 가지로 유추해 볼 수 있다.
어떤 이는 신라시대 포석정에 술을 가득 채우고 술잔을 띄워 함께 술을 마셨던 것이 술잔 돌리기의 시초라고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커다란 바가지에 술을 따라 서로 돌려가며 한 모금씩 마신, 이른바 서민들의 문화에서 비롯됐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런 우리의 옛 술문화를 보면 개인으로 살기보다는 집단으로 어울려 살아가기를 좋아했던 우리 민족의 깊은 정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서로의 깊은 정을 술잔에 담아 나누기보다는 지나친 폭음으로 인해 진정한 술자리의 의미를 상실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아 아쉽다.
이제 '술 권하는 사회'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술을 즐기며, 자신의 건강을 다스릴 수 있는 성숙된 술문화가 만들어졌으면 싶다.
경일대교수·사진영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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