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요에 녹아든 '한국인 원형질' 찾기

"어와 농부님네, 이 내 말씀 들어보소…"이 땅을 먼저 살다간 사람들이 남긴 노래는 삶의 진솔한 모습이자 무엇에도 억눌리지 않고 거침없이 쏟아내는 자유로운 소리이며 시(詩)다. 누대로 불려온 우리의 소리, 우리 민요는 과연 지금 우리에게 어떤 의미이며 우리 현실 삶의 문제와 어떻게 연결시켜 자리매김해낼 수 있을까. 신명나고 건강한 소리의 세계를 찾아가는 여정이 시작된다.

새해부터 본지에 매주 연재될 기획시리즈 '여보시오 벗님네들 이 내소리 들어보소'는 민속학자인 안동대 임재해(林在海) 교수가 새로운 시각으로 본 '신명과 해방의 노래 우리 민요' 이야기다. 처한 상황과 형편에 따라 저마다 다른 정서와 신명으로 자기 소리를 내는 민요의 세계를 새롭게 되짚어보는 것이 이번 기획의 취지. '민요를 되살리자'는 의미보다는 우리 삶에 녹아 있는 소리의 원형을 재조명해보고, 민요의 정신이 현대인의 일상 속에 녹아들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차근히 모색해보는 자리다.

소리의 원형질을 찾아가는 이 여정은 나를 자유롭게 하는 해방의 울림을 더듬어가는 길이기도 하다. 임재해 교수는 "우리 시대에 민요를 다시 주목하는 까닭은 상황에 따라 진정한 자기 소리를 독창적으로 내는 것이 바로 시이고 민요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내가 만들어 내 신명을 얹어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이 바로 민요의 본질이자 전형"이라고 강조한다. 즉 기억되고 연습되고 훈련된 꼭두각시의 예술이 아니라 현장의 상황과 삶의 맥락에 따라 부르는 사람의 정서에 맞게 그때마다 독창적으로 노래되는 진정한 소리가 바로 민요라고 정의했다.

사람의 삶과 사연, 정서는 거침없이 가락을 타고 노래가 된다. 자기로부터 우러난 독창성 때문에 진정한 예술로 받아들여지는 민요. 이런 민요의 세계를 되짚어가는 여정에서 어떤 소리와 마주칠까. 임 교수는 이번 연재를 통해 '소리(노래)의 소리(노래)', '이야기의 이야기'등 메타(meta)노래를 통해 본 민요와 민중의 아우성, 농부나 나무꾼의 노래, 명절의 갖가지 소리, 남녀의 노래 등 다양한 민요의 세계를 계절과 상황에 맞게 자세히 풀어나갈 계획이다.

현재 안동대 국학부 민속학 전공교수로 재직중인 임 교수는 '한국민속과 전통의 세계' '설화작품의 현장론적 분석' '한국민속학과 현실인식' 등 많은 저서와 논문을 발표했다. 우리 민요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로 국내 학계에서도 높이 평가받고 민속학자다. 그림을 맡은 계명대 미술대 박남철(朴南哲) 교수는 서울대 미대와 동대학원을 졸업, 개성있고 독특한 조형세계를 화폭에 담아온 한국화가로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전시회를 가져온 중견작가이다.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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