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카자흐의 여성들

사회주의 영향…능력 우선거친 일 처리 여성몫 많아

알마아타 제5 시립병원. 현지 체류 5년 기간 중 1997년부터 두해 동안 필자가 근무했던 병원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카자흐엔 여자 의사가 대부분이다. 이 병원에도 남자 의사는 손에 꼽을 정도.

이 병원의 간호과장 '따마라'는 우리 동포였다. 그러나 그녀는 원장을 능가하는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었다. 직원들의 시시콜콜한 문제에서부터 진료 물품 및 약품 배분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손을 거치지 않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녀 앞에 서면 직원들은 그 큰 목소리와 기세에 주눅들어 제대로 말도 꺼내지 못했다.

병원에서 만나는 여자들은 거의 뚱보들이었다. 텔레비전에 나타나는 날씬한 러시아 여성들은 보기 어려웠다. 거칠고 뚱뚱한 여자들만 병원에서 판을 쳤다. 전통적으로 남녀가 평등한 사회주의 국가에서 여성은 미모나 몸매 보다는 능력으로 대접 받기 때문이라고 했다.

매년 3월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이 날이 되면 카자흐 여성들은 아무 일도 않는다. 식사·선물 등 남자들이 온갖 시중을 든다. 남성들은 자기 부인 뿐 아니라 주위 모든 여성에게 붉은 장미를 선사한다. 딸도 예외일 수 없다. 이날 남성들에게는 일 보다 장미꽃 전달이 더 중요하다. 무슨 말이든 축하의 뜻을 전하고, 약간의 술을 함께 하기도 한다.

여성들은 일년 내내 시녀처럼 일하고 3월8일 하루는 여왕 대접을 받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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