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문제점 여전한 SOFA 개정

한미간 불평등협정의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돼온 한미(韓美) 주둔군지위협정(SOFA)의 개정협상이 마침내 타결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 SOFA는 67년 발효된 이후 91년 한차례 문제조항을 개정했지만 여전히 일방적으로 미국측 이익만 보장, 한미 관계를 헤친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었다. 그런만큼 이번에 한미 양국이 그동안 핵심쟁점이 돼왔던 미군 중대범죄 피의자의 신병 인도 시점을 현행의 '재판 종결후'에서 '기소 시점'으로 앞당긴 것과 살인 또는 죄질이 나쁜 강간 파의자를 우리측이 체포했을 경우 미군측에 신병을 인도하지 않고 계속 구금할 수 있게 한 것은 진일보한 것이라 평가할 만하다.

환경조항을 신설, 미군측이 한국의 환경법령을 존중하고 한미 양측이 미군 환경관리 지침을 2년마다 수시로 검토보완키로 한 것 또한 나름대로 평가할 만한 대목이다. 미군기지내 한국인 노동자들의 노동쟁의 냉각기간 단축, 미군 식품에 대한 공동검역, 민사소송 절차 신설 등도 우리측 주장이 그대로 반영된 것도 바람직하다.그러나 이처럼 외형적으로는 SOFA 협상이 상당한 성과를 거둔것으로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합의사항의 반영 형식과 세부 내용에서는 미흡한 점이 한둘이 아닌것이 걸린다. 우선 SOFA의 개정내용이 본문보다 하위문서인 특별양해 각서나 합의 의사록 형식으로 돼 있어 앞으로 법적 구속력에 한계를 드러낼 것으로 평가 되는 것이 문제다. 또 기소할 때 피의자 신병을 인도 받을 수 있는 범죄를 12개로 제한한 것이나 계속 구금이 가능한 범죄를 '살인 혹은 죄질이 나쁜 강간'으로 제한한 것은 앞으로 논란의 여지가 많을 것으로 지적된다.

요즘같이 무수한 신종 범죄가 발생하고 있는 마당에 범죄 종류를 미리 정해놓고 그것에만 한정하여 신병인수나 구금을 하도록 한 것은 현실성이 없는 것이다. 때문에 이처럼 비현실적인 협정으로 인해 한미 양국이 앞으로도 재판관할권을 둘러싼 시비가 계속될 여지가 많은것은 이번 SOFA 협상 타결이 남긴 최대의 과제라 할 만하다.

더구나 살인, 강간 등을 저지른 흉악범을 우리 경찰이 체포해도 변호사 출두시까지 신문할 수 없고 변호사 부재시 취득한 증언이나 증거는 재판과정에서 사용치 않기로 한 것은 미군 피의자에 대한 법적 권리를 너무 많이 인정한 것이다.

게다가 협정 적용대상을 군인과 군속유가족까지 포함시킨 것은 주권 침해적 요소마저 갖고 있는 것이다. 환경조항이 신설된 것은 좋지만 환경피해에 대해 '원상회복'보다 '치유'니 '복구'니 하며 얼버무리고 있는 것도 문제다. 당국은 이런 미비점들을 인식하고 재협상을 통해 보완, 수정토록 최선을 다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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