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심사평-절제와 균형의 긴장미가 생명

필자는 심사를 하기 전에 따뜻한 시심이 보고 싶었다. 정형을 정형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피 흘리며 싸우는 언어가 보고 싶었다. 또 적은 언어속에 가득 담긴 생각의 하늘이 보고 싶었다. 그러나 작품을 일별한 후 이러한 기대는 쉽게 채워지지 않는 희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조는 말을 많이 해서 소득을 얻는 장르가 아니다. 음보율을 쉽게 파괴해서 되는 장르가 아니다. 절제와 균형이 빚어내는 긴장의 아름다움이 시조의 생명이기 때문이다.

박은서씨의 '우포늪, 일어서다'와 이숙경씨의 '가을저녁', 송진환씨의 '낙동강', 유인겸씨의 '풍장', 오종열씨의 '로데오 거리의 환란', 박지현씨의 '봄, 다시 서는 숲', 박광훈씨의 '독도 4'를 먼저 가려서 몇 번이고 정독해보았다. 이숙경씨의 작품에는 군데군데 이미 낡은 유행가조의 언어들이 눈에 거슬렸고, 유인겸씨는 절제의 미덕을 갖추지 못하고 있었다. 오종열씨는 현대문명의 모순을 파헤치는 의욕이 돋보였지만 관념적이고 작위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박광훈씨의 경우 작품 수준이 고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울러 박지현씨는 시상의 전개방식이 지나치게 고루하다고 보았다.

선자의 손에 끝까지 남은 작품은 결국 박은서씨와 송진환씨의 것이었다. 박은서씨의 작품은 발랄하고 따스한 감성이 탁월한 이미지에 의해 빛을 발하고 있고, 현실을 꿰뚫는 예리한 직관도 신뢰감이 갔다. 하지만 이미 같은 장르로 등단한 기성문인이라는 점에서 제외시켰다. 이에 반해 송진환씨는 해마다 느끼지만 바탕이 튼튼한 시인이다. '낙동강'이 특히 그렇다. 새로운 시도나 신춘문예가 흔히 기대하는 개성을 발견하기가 어려웠지만 '보아라/가슴 그 안쪽/또 다른 강이 되었다' 등이 보여주는 경륜의 결실을 간과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결국 송진환씨의 '낙동강'을 당선작으로 뽑기로 했다. 좋은 시인이 될 수 있으리라 믿으며 대성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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