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美 안보팀과 한반도 정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콜린 파월 전 합참의장을 국무장관으로 지명한데 이어 28일 보수강경파인 도널드 럼스펠드를 차기 국방장관으로 지목함으로써 향후 북·미 관계를 포함한 한반도 정세의 높은 파고를 예고했다.

남북화해의 물결속에 급진전된 북·미 관계는 지난 조명록 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의 방미와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의 방북으로 상승 기류를 탔으나 부시의 당선이후 방향전환의 조짐이 여기저기서 포착되고 있다.

우선 딕 체니 부통령 당선자, 파월 국무장관 지명자, 럼스펠드 국방장관 지명자 등 부시 행정부의 외교·안보정책 3인방이 하나같이 국가미사일방위(NMD) 체제를 적극 옹호하는 등 '힘에 바탕을 둔 평화 유지'를 선호함으로써 중국, 러시아 등 미국의 경쟁자들을 자극하고 있고, 이것은 NMD의 직접 대상국인 북한과 미국의 관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비교적 온건한 성향으로 알려졌지만 대북문제에서 만큼은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어 차기 행정부가 대북관계에 있어 당근보다는 채찍을 훨씬 선호할 것이라는 예측을 가능케하고 있다.북한의 근본적 태도 변화에 대해 의심하고 있고, 주고 받는 식의 '상호주의'를 강조하고 있는 이들은 북한이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문제에 대해 분명한 입장과 행동을 취하지 않을 경우 관계개선이라는 유인(Incentive)보다는 억제(Disincentive)에 무게 중심을 둘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평가는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 무산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부시의 당선확정후 외교가에서 "부시 당선자의 적극적인 권유가 없을 경우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던 점에 비춰볼 때 북·미 관계 진전에 상당한 의욕을 보였던 클린턴의 방북 포기는 차기 행정부의 의사를 반영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에 따라 북·미 관계는 북한의 극적인 태도변화가 없는 한 부시 행정부가 정책을 검토하고 방향을 정하는 6개월여의 공백기간이후에도 한동안 표류하거나, NMD를 둘러싼 미·중, 미·러간 갈등의 와중에서 오히려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사실상 마무리단계에 진입했던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명단 해제문제등 그간의 북미 관계 개선 성과가 영향을 받게될 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특히 NMD가 북한이나 이란의 미사일 위협이라는 표면적 이유보다는 궁극적으로 중국, 러시아 등을 겨냥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차기 미 행정부가 극단적으로는 북한미사일 문제를 NMD 추진을 위한 지렛대로 계속 활용할 가능성까지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지난 6월 남북정상회담이후 남북관계가 급진전되면서 한반도 문제 해결의 핵심 축이 북-미에서 남-북으로 급속히 옮겨가고 있다는 점은 한반도에서 일정한 영향력 확보를 염두에 두고 있는 미국이 한반도 화해협력과 평화체제 구축의 큰 흐름에 역류할 수 없을 것이라는 희망섞인 분석도 가능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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