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해 희망을 연다-(1)전우방 과장 도수길씨

"처음에는 기름냄새에 정말 적응하기 힘들었어요. 하지만 기름때에 인생을 걸기로 한 결심을 다지다보니 이제는 꽃보다 더 향기로워요. 열심히 배워 자동차정비기능사, 자동차정비산업기사 자격증을 반드시 딸 겁니다"

한때 잘 나가는 대기업 과장에서 자동차 정비공으로 인생을 확 바꾼 전 우방 총무팀 과장 도수길(38·대구시 수성구 두산동)씨. 새해를 맞는 그의 기름때 묻은 얼굴에는 환한 희망과 의욕이 넘쳤다. 실직의 그늘 따위는 찾아 볼 수도 없었다.

그는 지난해 우방이 부도나자, 직장 동료는 물론 친척들까지 극구 만류하는 것을 뿌리치고, 6년간 몸담은 직장에 사표를 던졌다. 회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해 회생의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었지만 이 기회에 인생을 바꾸어 보기로 했다.

"빡빡한 직장생활에 짓눌려 자신을 돌 볼 겨를이 없었는데 실직은 오히려 새로운 도전을 부추겼습니다. 마음속에 항상 꿈틀거려온 자동차 관련일을 해야겠다는 꿈도 그 중의 하나였지요"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한달 만인 지난해 11월 중순 한 자동차중장비정비학원에서 실시하는 3개월 과정의 실직자 대상 직업훈련을 신청했다. 하루 6시간의 생소한 자동차학원 수강을 마치면 야간에는 다시 정비공장을 찾아가 견습생으로 기름때와 씨름을 하는 강행군의 일과를 스스로 짰다. 40을 바라보는 나이에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각오를 다지고 다졌다.

도씨는 짬을 내 시장조사도 시작했다. 계획대로 자격증을 따면 오는 봄쯤 자동차 정비·서비스센터를 차릴 계획이다. 이미 인터넷을 통해 이미 상당분량의 자동차관련 정보를 수집했고, 얼마전에는 고객관리프로그램을 구입, 차구입·중고차판매·폐차·정기점검·액세서리 등 자동차정보 및 리스트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고객들이 차를 살 때부터 팔 때까지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아이템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고도 사업하는 친구나 같은 업종에서 자리잡은 사람들을 찾아가 묻고 또 물으며 '새로운 변신'을 꼼꼼하게 준비하고 있다.

지난 연말에는 유일한 재산인 24평 아파트 전세금 5천만원을 빼내 사업자금을 마련했고, 자신과 식구들의 거처는 처가로 옮겼다.

"기름때를 만지니까 살맛이 납니다. 힘들고 암울했던 지난 시간들은 훌훌 털어버리고 새해에는 열심히 일해서 꼭 성공하겠습니다"

이종규기자 jongku@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