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당적변경은 유권자 배신이다

민주당 소속 3명의 의원이 자민련으로 간 것은 정당정치라는 민주주의의 기본을 해치는 중대한 사건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은 여소야대(與小野大)라는 정계구도를 유권자가 만들어 준 것인데 이를 부수는 것이어서 그렇고 의원의 소속 정당 역시 유권자가 투표로 선택한 것이다. 그런데 이를 마음대로 바꾼다는 것은 정당정치 자체를 부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유권자에 묻지도 않고 이렇게 함부로 결정할 일이 아닌 것이다. 오죽 했으면 자민련에서조차 "이런 식은 날치기보다 못한 방법"이라든지 "인질괴뢰 정당을 만들려는 것 아니냐"하는 등의 반발이 있었을까. 이런 당적변경은 이미 지난 4.13총선직후 말이 있었으나 명분이 없다는 이유로 당시 자민련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정말 야당의 주장처럼 정치적 친위 쿠데타라고도 할 수 있으며 일종의 유권자에 대한 배신행위이기도 하다. 이는 시민단체에서마저 "민주주의 원칙을 저버린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특히 새해를 맞아 이제는 정치가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터수가 아닌가. 이러한 때에 음모 냄새가 나는 의원 꿔주기는 정말 쇼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김대중 대통령도 신년사에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정도(正道)를 걷고 원칙을 지키며 국정의 선두에 서서 흔들림 없이 전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는가. 이것이 원칙이고 정도라고 할 수 있는가. 이는 어디까지나 수(數)의 정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수의 정치는 독선과 독주를 불러 결국 국민화합에 실패하고 정책시행에도 지장을 가져와 국정의 비효율을 불렀다는 것이 지난 우리정치 경험에서도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시 말해 우리 정치는 여소야대일때 효율이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는 정치학계의 분석을 유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수의 정치는 자칫 힘의 정치로 흘러 민주주의의 기본인 대화와 타협을 저버리는 엉뚱한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정국은 꼬이고 다시 이 결과가 경제.사회 등 각 분야에 영향을 미쳐 정치의 비효율을 낳게 되는 것이다.

국회의원은 한사람 한사람이 바로 헌법기관이다. 물건처럼 꿔주고 받고 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공식적인 해명은 "당과는 상관없는 자유의사"라고 하고 본인들도 그러한 발언을 하고 있다. 이 역시 국민이 보기에는 또 한번 국민을 속이는 것일 뿐이라고 느끼고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특히 DJ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자민련에 가는 것은 이야말로 정당정치가 패거리 정치임을 증거로 제시하는 꼴이 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정치도 원칙과 정도로 나가는 것이 바로 정치개혁임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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