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외적에 대한 방어, 국내 치안의 유지, 개인의 사유재산과 자유를 지키는 것에 국한된 최소한의 임무만을 수행해야 한다. 이것이 자유방임주의에 근거한 국가 내지 국가관(國家觀)이다. 국민이 잠을 잘때 불침번이나 서주고 다른 일에는 간섭을 말아야 한다. 이런 의미의 국가가 이른바 '야경국가(夜警國家)'이다.
따라서 그 역할은 최소화되어야 하며, '작은 정부'로 남아서 개인의 창의적인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 자본의 자유경쟁만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보장하는 최적배분(最適配分)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국가관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국민복지나 문화창달을 위해서는 국가가 과감하게 민생에 관여하여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지 않으면 안된다. 국가는 능동적인 자세로 민생문제에 뛰어들어야 하며, 백성이 간지러워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긁어 주어야 한다. 그러므로 사회가 복잡해지고 자본주의가 고도화됨에 따라 그 역할은 더욱 증대되어야 마땅하다.
이런 상반된 주장 때문에 국가라는 말은 때로는 전혀 다른 뜻으로 쓰인다. 국가의 적극적인 의지가 결여되었다고 느낀 백성이 이것은 국가도 아니다라고 탄식한다면 야경이나 도는 정도의 국가가 무슨 나라인가 하는 자조적인 뜻으로 쓴 것이며, 정부가 시시콜콜 통제할 때는 우리가 편한 잠을 자도록 야경이나 잘 돌 것이지 쓸데없는 간섭은 왜 하느냐는 뜻이다.
위정자는 이 한계를 잘 조절해야 한다. 어디까지를 백성의 자율에 맡길 것이며 어느 선까지를 국가가 챙기는가, 이 선을 정하고 그것을 실행할 때는 완급을 잘 조절하여 백성으로부터 원망을 사지 않아야 하는데, 이것이 오늘날 민주국가를 이끌어 가는 지도자의 역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우리 정부가 하는 일을 보면 그 선을 조절하는데 기준도 일관성도 없다. 어느 분야에서는 지나치게 나서고, 어느 분야에서는 지나치게 자유방임에 맡긴다. 또한 그 선을 정하는 데에도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 어제 법에 의하면 적법한 것이 오늘 법에는 불법이 된다. 어리석은 백성은 어떻게 처신해야 옳은가.
여러 사람의 의견을 거쳐서 이것이 정해지지 않고 한 사람 혹은 몇 사람의 기준이나 기분에 따라서 그때그때 임의적으로 정해져서는 안 된다. 이런 것을 결정하는 조직과 기구는 간 데가 없고, 소위 정치권의 기류라든가 윗 어른의 기분 운운하는 말이 자주 들려온다.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는 것이 기껏 규제로 변질되고, 자율에 맡긴다는 것이 방임으로 흐른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어서는 국가 자체의 존립이 어렵다.
요즘 우리 위정자들의 행태(行態)를 본다면 저들이 백성을 상대로 자신들의 권모술수를 실험해 보는 것은 아닌가 의혹이 들 때가 허다하다.
"본의 아니게 거짓말 좀 했지, 용용 죽겠지"
이들은 백성이 속아넘어간다고 좋아라 하고, 백성이 속아준다고 회심의 미소를 짓는 것만 같다. 위정자가 '안 한다'는 같은 말을 세 번 되풀이하면 그것은 '한다'는 의미이며, '하겠다'는 같은 말을 되풀이하면 그것은 '안 한다'는 뜻으로 백성이 받아들이는 실정이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또 속는다. 인간이란 혹시나 하는 일말의 희망을 버리고는 살 수 없는 피조물인 까닭이다.
한글 사전에서는 '권모술수'란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고 인정이나 도덕도 없이 권세와 모략과 중상 등의 온갖 수단과 방법을 쓰는 술책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우리 정치가들의 짓거리와 비교하여 어떠한가.
올해에는 또 얼마나 여러번 이들의 권모술수에 놀아나게 될지 끔찍하다. 거기에다 정권 말기가 가까워지면서 피라미·망둥이가 마구 날뛸 판국이라 이 자들의 농간과 술수와 헛소리들이 뒤범벅되어 가관일 것이 분명하니 미루어 올해에도 우리 백성의 마음은 여전히 편치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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