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불황…그런 말 들리지 말아야죠. 동해서 힘차게 떠오르는 태양처럼 올해도 더 뜰겁니다"
기업이 '악성 종양' 판정을 받고도 불과 2년여만에 이를 완전 치유, 세계 굴지의 컴퓨터 브라운관 회사로 우뚝선 구미공단 한국전기초자.
지난 97년 7월 이 회사는 77일간의 노조원들의 장기파업으로 노사관계가 완전히 무너지고 만기 도래한 어음이 산더미 같이 쌓이면서 부도직전의 상태로 내몰렸다.당시 매출액 2천377억원에 부채는 3천400억원에 달해 부채율이 무려 1천114%, 한해동안 6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부실기업으로 전락했다. 곧이어 터진 IMF체제에서 퇴출대상 제1호 기업으로 지목됐다.
97년말 한국전기초자의 새 경영자 서두칠(徐斗七·62) 대표가 영입되면서 부터 기업회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됐다. 서대표는 취임하면서 1천600명의 직원에게 "단 한명의 직원도 감축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대신에 극도로 악화된 회사의 모든 제도와 생산공정을 제로베이스에서 새로 검토,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고 노사가 함께 뛰었다. 이 때 자체 기술연구소도 설립했다.
이후 생산성이 급속히 향상되고 갈등을 빚던 노사관계도 자연스럽게 복원돼 지난 98년 부터는 매년 단1회 교섭으로 임·단협을 타결하는 '밀월 노사'로 발전됐다. 탄력을 얻은 기술연구소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컴퓨터용 CDT제품과 대형 TV용 CPT, 빛의 반사를 없앤 플래트론 유리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쏟아냈다.
새출발 1년만인 98년 매출액이 4천842억원으로 두배 늘어난 반면 부채는 4천503억원에서 3천7억원으로 줄었고, 당기순이익도 598억원의 적자에서 단박 305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직원들의 사기가 충천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경영성과는 매출액 7천200억원에 순이익 1천700억원으로 무차입 경영에 돌입했다.
정상민(42)기획팀장은 "올부터 연간 150억원 이상의 수입이자가 들어오고 감가상각과 리스료 부담이 크게 줄어 금융부문에서만 약 300억원 정도의 이익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서대표는 "지금까지 단한명의 직원도 강제로 줄이지 않은 대신 직원들과 그 가족들에게 애사심을 갖도록 하는 동기부여가 위기를 탈출할 수 있는 힘이 됐다"고 말했다.
오뚝이 처럼 다시 일어선 한국전기초자. 기업구조조정의 새로운 모델을 보여줬다는 평가와 함께 올해 쉼없는 기계소리가 불황을 모르는 내일을 예고하고 있다.
구미·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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