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8년 출감후 종교인으로 변신, 완전히 새 사람이 된 것 같았던 '대도(大盜)' 조세형(63)씨는 '좀도둑'의 불명예를 무릅쓰면서까지 왜 다시 도둑질을 했을까.조씨는 경비전문업체인 에스원에 취직, 매달 200만원을 받아온 데다 신앙간증으로 부수입도 올리고 있고 부인이 중소기업 사장이어서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은 상황인 점을 감안할 때 조씨의 이번 절도행각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조씨는 일본 경시청에서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어 정확한 사연은 그 자신만이 알겠지만 여러가지 정황을 보면 과거의 습관에 따른 순간적인 충동을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신앙간증 등을 위해 일본을 8차례나 찾았고 오스트리아와 미국, 중국, 괌 등 해외출장이 잦았던 조씨는 지난해 11월 17일에도 일본 교회의 초청으로 간증을 하기 위해 출국했다.
독실한 종교인으로 바뀐 조씨가 교회에 간증을 하기 위해 떠나면서 절도를 계획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세간의 중론이다.
지난해 결혼을 하고 건강한 아들까지 보았던 조씨는 지난해 가을 사직동에서 혜화동의 32평짜리 아파트로 이사를 간 뒤 단란한 가정을 꾸렸고 6개월치 강연일정이 미리 잡혀 있을 정도로 바쁜 생활을 보냈다.
그의 범행시간도 오후 3시께로 절도를 하기에는 주변 사람들의 눈이 너무 많은 시간대여서 사전에 범행계획을 세우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견해가 적지 않다.
조씨와 절친하게 지내온 최중락 경찰청 수사자문관은 "오늘 아침 소식을 듣고 조씨 부인에게 전화를 걸어 소식을 알렸는데 깜짝 놀라 말을 잇지 못했다"며 "그후 부인과도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씨가 지난 99년 3월 한 독지가의 도움으로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있는 한 빌딩 사무실에 연 '선교회'의 운영비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었고, 최근 문을 닫은 점으로 미뤄 남에게 말못할 재정문제가 있었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고관대작의 고급주택 안방을 자기집 드나들듯 하며 하룻밤 사이에도 수억원대의 금품을 훔치던 그가 현재 들어오는 수입으로는 만족감을 느끼지 못한데다 '한탕' 잘해서 선교원 경비도 벌자는 이상심리가 복합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전문가들은 과정이야 어쨌건 이번 범행에 대해 조씨가 출소후에 가진 시간과 노력이 과거에 쌓아놓은 습관을 덮어버리기에는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이화여대 신경정신과 전문의인 이근후 교수는 "인간이 과거에 쌓은 경험은 죽을 때까지 사라지지 않는다"며 "순간순간 유혹하는 과거의 영향에서 벗어나 새롭게 거듭나려면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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