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창출의 연고지에 따라 TK니, PK니, KM이니 하는 요즘 우리는 너무나 얄팍하고 반문화적인 세상에 살고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조선시대에도 붕당의 우두머리가 사는 집의 위치에 따라 동인, 서인 등 4색당파의 이름을 지은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도 근세학자들이 그 때의 학맥에 대해서만은 비록 정치적 인맥과 관련이 깊었지만 영남학파니, 기호학파니 하고 이름붙인 것은 지금보다 정신과 혼이 살아 숨쉰 시대였음을 말해준다. 지금도 영남인의 정신과 혼을 말한다면 영남학맥의 기풍은 아직도 이 지역의 근원이고 뿌리다. 지난해는 새 천년이란 의미부여로 요란했고 올해는 21세기의 시작이라 떠들썩하지만 사실 서력기원 아닌 우리민족 기원으로 친다면 그것은 별의미가 없고 오히려 영남인들에겐 올해가 영남학파 기원 5백주년이란 뜻이 더 크다. 1501년이 영남학파를 형성한 두 기둥인 퇴계 이황(李滉)과 남명 조식(曺植)이 탄생한 해이기 때문이다. 근세 유학자 현상윤(玄相允)은 그의 저서 조선유학사에서 "퇴계는 이론유학의 대표자요,종장이며 정주학의 충실한 후계자"로 평했고 남명에 대해선"지경실행(持敬實行)으로써 학문의 대주안(大主眼)을 삼은 것은 그의 독특한 점"이라했다. 그러나 남명학파는 인조반정으로 정인홍이 몰락하면서 퇴계학파에 통합되는 경향과 함께 퇴계학파가 영남학파를 대표하기에 이르렀다. 성리학을 완성시킨 두 분이 오늘에 이르러 새삼 세계적 조명을 받는 것은 냉전 이데올로기의 붕괴이후 새로운 사상적 지표가 필요한 시기에 시대를 뛰어넘는 이 두 분의 인본주의-비판정신이 대안으로 주목받기 때문이다. 퇴계의 고향 안동과 남명의 고향 산청에서 갖가지 5백주년행사가 열린다는 소식은 민족적으로 경하할 일이나 특히 영남인들은 유별난 감회를 갖지 않을 수 없다. 영남학맥의 후예들이 TK니, PK니하는 말을 듣는 현실은 안타까울 뿐이다.
홍종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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