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직장인 '신년 신드롬'

공무원 허모(46·수성구 범어동)씨는 올해 또다시 금연을 선언했다. 허씨는 "담뱃값도 올랐지만 연초에 이런 계획이라도 세우지 않으면 허전하다"며 금연선언의 속사정을 밝혔다.

금주선언도 연초만 되면 나타나는 현상. 회사원 박모(38·남구 대명7동)씨는 최근 가족들앞에서 금주선언을 했다. 박씨는 "술 끊는데 도움이 된다는 최면서적도 구입하고 직장동료들끼리 금주모임도 만들었다"며 "술자리가 많은 연말을 보낸 뒤 매년초 금주에 도전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헬스클럽과 수영장에 등록하고 주부인터넷교실까지 수강한 전업주부 김모(43·북구 복현동)씨는 올해도 스포츠 댄스반에 회원등록을 마쳤다. 김씨는 "연초부터 뭔가 하지 않으면 남들한테 뒤지는 것 같아 매년 계획을 세우게 된다"고 말했다.

새해를 맞아 술, 담배를 줄이고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시작하는 직장인과 주부들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불경기의 여파로 새벽잠을 줄이면서까지 외국어와 컴퓨터 강좌를 수강하는 등 '심기일전'을 다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8일 한국담배인삼공사 대구지사에 따르면 허씨처럼 새해만 되면 금연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지난 99년 12월 71만3천966본(1본 50갑)이던 담배 판매량이 지난해 1월 61만2천297본, 2월 59만2천894본으로 줄다 3월 71만2천2본으로 다시 늘어나는 '연초 2개월 금연선언 효과'가 반복되고 있다.

대구시내 영어학원도 승진준비 등을 위해 1월 수강신청한 직장인이 평소보다 20%가량 증가했고 새로 운동을 시작하려는 사람들로 헬스클럽도 발디딜 틈이 없다. 그러나 상당수 사람들이 의욕만 앞세운 '계획'을 세워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연초에 직장인과 주부들로 붐비던 학원 강의실과 헬스클럽은 한달을 채 못넘기고 절반 가량 자리가 비고 담배판매량도 3월이면 평균수준으로 되돌아온다.

시내 모 스포츠센터의 한 관계자는 "연초만 되면 직장인들의 문의가 평소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나지만 회원가입을 한 후 한달을 채우는 사람이 드물다"고 말했다.

대구흥사단 최현복 사무처장은 "새해 다짐을 '작심삼일'로 끝낼 것이라면 아예 시작하지 않는 것이 좋다"며 "가족 및 직장동료들끼리 새해달력에 목표를 적어 서로 격려는 등 적절한 동기부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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