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칼럼-구조조정에 실기하지 말자

연초부터 치닫고있는 여야대결로 인하여 경제의 구조조정을 또 다시 실기하지 말야야 할것이다. 이 개혁을 완수하느냐에 따라 국가의 장래가 달려있고 그 결과에 대해 정치권은 책임을 져야 한다.

차제에 우리는 1997년의 외환위기를 왜 사전에 방지하지 못했는지를 한번 더 반성해야 할것이다. 당시 환란는 외환보유 부족으로 인한 유동성위기가 촉발시켰지만 이것을 미연에 막지 못한것은 한국경제의 구조적 모순과 한국정치의 대결때문이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금융.기업 및 노동개혁을 단행했어야 했지만 그것은 김영삼정부말기 여야가 첨예하게 대결한 결과 적시에 실현되지 못했고 지연되었던것이다. 결국 한국경제는 국가부도직전까지 가서 국제 통화기금(IMF)의 긴급융자를 받아 구제되었다. 이러한 경제정책의 실패로 말미암아 수평적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다.

여기서 우리가 얻은 교훈은 무엇일까. 그것은 곧 시시각각으로 세계화하고 있는 자본시장에서 주권국가가 경쟁력과 신인도를 유지하려면 세계 표준에 부응하여 구조조정을 적시에 단행해야 하며 이에 실패한다면 위기를 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대중정부는 IMF가 요청한 개혁을 과감하게 수용하여 일단 유동성을 회복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외환위기가 표출시킨 한국경제의 구조적 모순, 즉 고비용.저효율을 시정하는데 시급한 금융 및 기업의 구조조정은 그동안 투입한 막대한 공적 자금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제대로 실천되지 않고 있다. 이 상태가 계속된다면 한국경제의 앞날은 실로 암울해질 것이다.

개혁을 실시하는데는 적절한 시점, 즉 타이밍을 놓쳐서는 안된다. 기회를 한번 상실하면 그것이 다시 오지 않으며 그 결과 문제해결은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만약 구조조정이 지금 불붙고 있는 정쟁으로 인하여 또 지연된다면 한국은 남미국가들과 같은 후진국으로 전락하거나 일본처럼 장기불황에 직면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의미에서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고 하겠다.

정치적 이해와 경제적 갈등이 대결하면 할수록 합리적 선택은 곤란해지고 힘의 논리가 압도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상호에서 정책결정자들의 관심과 우선순위는 정치적 고려에 따라 좌우되고 그러는동안 개혁의 중요성과 타이밍은 희생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상은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 국가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 민생과 정책과 무관하게 전개되는 적나라한 권력투쟁은 안정과 경제발전을 해칠 수 있기에 가능한 한 지양해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제도가 정착되고 있는 한국에서 국민들은 실제로 자기들의 생활이 나아지느냐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이 결과 정권의 전당성은 민생개선과 경제발전에서 구체적 실적을 내느냐가 결정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국경없는 경제에서 국내은행과 기업들은 국제자본시장과 평가회사들의 신인도를 획득해야만 해외 투자와 기술을 유도할 수 있다. 이처럼 국내외생활이 상호의존된 세계에서 국가 경쟁력을 배양하려면 비록 당장에는 비난받고 희생을 수반하더라도 효율성과 신인도를 높이는데 필요한 개혁은 적시에 실시해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정치적 선택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그것을 주도하는 세력은 그 결과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한다.

물론 이렇게 어려운 선택을 내리는데는 여야는 물론이고 기업, 노동, 시민사회 및 언론이 모두 협조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와 같이 극한대결을 해소하고 개혁을 성공시키기 위하여 고통과 책임을 분담하는 정치를 갈망한다. 이 요구에 대하여 정치권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국민들은 조용히 관찰하고 있다.

安秉俊(연세대교수.정치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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