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규의 편지

저는 대구 가창초교 우록분교 5학년 김일규입니다. 저희 가족은 할머니, 어머니, 누나 셋, 저 이렇게 모두 합쳐 여섯 명입니다. 우리 아버지는 장남이었고 우리 집은 제일 큰집입니다. 제사 때는 친척들이 우리 집에 옵니다.

부모님은 누나들 세 명을 낳은 후 아들을 얻으려 저를 낳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얼굴이 비뚤합니다. 태어날 때는 조금 그랬는데 100일쯤 됐을 땐 확실히 비뚤해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금도 차츰 더 비뚤해지는 것 같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얼굴이 이상한 저를 안고 엉엉 우셨다고 합니다. 저희 아버지는 제가 6살 때 공사장에서 일하시던 중 쓰러져 돌아 가셨습니다. 고혈압으로 오랫동안 병원에 계셨습니다. 이제 아버지 얼굴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 뒤 할머니는 저 하나만 믿고 산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식당에서 종업원으로 일해서 돈을 벌어 오십니다. 어머니가 일하러 나가기 시작하신 뒤부터 저는 어린이집에 다녔습니다. 그때 친구들이 저를 많이 놀렸습니다. 얼굴이 비뚤고 한쪽 눈이 거의 덮여있는 저를 '바보' '병신'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래서 매일 아침마다 어린이집에 가지 않겠다고 엄마한테 매달렸습니다. 그때문에 꾸중도 많이 들었습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해서도 놀림을 많이 받았지만, 얼마쯤 지난 후부터는 아이들도 저랑 매우 친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아무도 저를 놀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중학교에는 가고 싶지 않습니다. 큰 학교에 가면 아이들이 저를 또 많이 놀릴 것입니다.저는 농구를 무척 좋아합니다. 그리고 운동장이나 동네를 돌아 다니는 것도 좋아합니다. 형들이나 친구들 집에 놀러 가는 것도 즐겁습니다. 장난이 너무 심하다고 누나들이나 어머니로부터 꾸중을 자주 듣습니다. 그럴 때는 누나들이 싫지만, 다른 때는 다 좋습니다.

선생님도 제게 무척 잘 해 주십니다. 3학년 때는 선생님 말씀을 듣고 병원에도 가보았습니다. 그렇지만 수술비가 너무 비싸 수술은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선생님은 희망을 버리지 말자고 하셨습니다.

이 다음에 제가 크면 할머니와 어머니를 잘 모시겠습니다. 그리고 돈을 많이 벌게 되면 불쌍한 사람들을 돕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담임인 우록분교 손정희 선생님이 일부 손질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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