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말 극장가 흥행격돌

강추위를 멜로로 녹일 것인가, 이열치열식 액션으로 달랠 것인가.이번 주 한국 멜로영화와 할리우드 액션영화가 맞붙었다. 전도연·설경구 주연의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감독 박흥식)와 K2봉을 배경으로 고난도 구조작업을 그린 '버티칼 리미트'(감독 마틴 캠벨).

'나도 아내가…'는 예쁜영화다. 사랑에 허기진 33살의 은행원 봉수(설경구). 남들이 결혼해 아내를 갖는 것을 보기만 할 뿐인 쑥맥이다. 친구 결혼식의 사회를 보면서 신랑 이름 대신 자기 이름을 부를 정도로 결혼이 하고 싶다. 길 건너 보습학원에 근무하는 강사 원주(전도연). 지극히 평범한 직장여성이다. 다듬지도 않는다. 그래서 한 애는 "애들이 선생님을 닮았다고 놀려요"라고 울기까지 한다.

영화는 '사랑이 당신의 반경 200미터 안에 있다'고 광고한다. 막연한 조바심에 사랑은 늘 멀리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보통사람들이다. 봉수도 자신에게 조금씩 파고드는 원주의 사랑을 알아채지 못한다. 은행 번호표를 여러 장 뽑아 우연을 가장하며 봉수를 만나려는 원주의 씩씩함에 봉수의 마음도 열린다.

'나도 아내가…'는 일상 속의 인연을 사랑으로 엮어가는, 정감 넘치는 영화다. CC-TV로 안부를 전하는 모습 등 아기자기한 에피소드가 로맨틱하다. 특히 배우들의 과장되지 않은 연기가 관객의 눈길을 끈다. 설경구는 따분한 노총각 역할을 잘 소화하고 있다. 106분. 15세 관람가.

'버티칼 리미트'는 깎아지르는 절벽에서 펼치는 액션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영화다.

억만장자 엘리엇(빌 팩스톤)은 자기 소유의 항공사를 홍보하기 위해 K2봉 등정을 시도한다. 애니(로빈 튜니)는 오빠 피터(크리스 오도넬)의 만류에도 등반을 자원한다. 자신들이 살기 위해 아빠의 자일을 끊었던 아픈 기억이 있는 오누이. 그 아픔 때문에 이제까지 남남처럼 살아왔다.

기상악화에도 산행을 강행했던 엘리엇팀은 결국 거대한 눈폭풍에 휩싸여 고립된다. 생존가능 시간은 22시간. 피터는 가까스로 구조대를 만들어 구출작전에 나선다.'생명체가 살 수 없는 수직 한계점'을 뜻하는 '버티칼 리미트'는 눈폭풍과 얼음, 절벽도 모자라 얼음을 깨기 위한 액체 폭탄까지 등짐 지웠다. 관객이 실제 절벽을 오르는 듯한 착각을 주게 하는 핸드 헬드(손에 들고 찍는 카메라기법)와 아이맥스 효과를 주는 광각 촬영이 아찔한 전율을 느끼게 한다. 감독은 '마스크 오브 조로'의 마틴 캠벨. 123분. 12세 관람가.

김중기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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