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이섬유 10%면 '다이어트식품' 등록

내 몸에 절대 군살은 허용할 수 없다! 자신의 몸을 '군살 불가침 구역'으로 선포한 아가씨들, 튀어나온 아랫배와 뱃살로 항상 고민인 아줌마·아저씨들…. 이들의 요구에 맞춰 저마다의 '비법'을 앞세운 다이어트 업소가 여기저기 들어서고, '기적의 살빼기를 보장한다'는 다이어트 식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잘 알고 사용해야 하는 다이어트 식품

요란한 표현이나 유명 모델들의 확신에 찬 모습이 담긴 다이어트 식품 광고는 보는 이로 하여금 물 먹은 솜뭉치 같은 살집을 금방이라도 뺄 수 있을 것 같이 생각하게 만든다.

그러나 전문의들은 이를 사용할 때는 그 특성을 잘 알고 그에 맞춰 하되, 가능하면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가며 사용토록 경고했다. 다이어트 식품은 '특별한 음식'인 만큼 그것을 모르고 마구잡이로 사용했다간 문제에 맞닥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전문의들에 따르면, 많은 다이어트 식품들은 특수 영양식품에 속하는 식이섬유 가공식품이거나 저열량 식품이다. 식이섬유 가공식품은 식이섬유가 10% 이상 함유돼 있으면 다이어트 식품으로 등록된다.

◇이근미 교수(영남대병원 비만클리닉)가 말하는 다이어트식품의 특성

다이어트 식품은 원래 식사 조절을 잘 하지 못해 비만해진 사람에게 식사 대용으로 먹도록 함으로써 영양상의 불균형 없이 효과적으로 체중을 줄이도록 하려는 목적으로 개발된 것이다. 따라서 식이요법의 보조 방법으로 사용하면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갖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그 핵심은 잘못된 광고와 사용자의 인식 부족이다.

다이어트 식품 광고를 살펴보면 다른 음식은 먹지 않고, 그 식품만 먹을 것을 강조한다. 사용자가 올바른 지식 없이 그것대로 따라할 경우, 살은 빠질 수 있지만 복부 팽만감, 오심, 구토, 복통, 설사 등의 다른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또 장기적으로는 영양 불균형이 발생, 단백질 및 미량원소 부족 등으로 머리가 빠지거나 피부가 거칠어질 수 있다. 생리불순, 피부건조증, 근육통, 사지 저림, 골다공증 등이 나타날 수도 있고, 심하면 사망할 수도 있다.

일부 다이어트 식품 광고는 "미국 FDA(식품의약품 안전청)의 공인을 받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선전한다. 하지만 이는 그 상품에 해로운 물질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뜻일 뿐이다. 다른 음식은 먹지 않고 이 식품만 먹어도 안전하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그것들이 비만 치료제로 인정 받았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이다. 시판되는 다이어트 식품들 중 비만 치료 약물로 인정받은 것은 하나도 없다. 비만 치료 약물로 인정받는 기준과 절차가 까다롭고, 임상실험에서 그 효과를 인정 받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다이어트 식품들 대부분은 단순한 '식품보조제'로 유통되고 있는 것들인 셈이다.

또하나 주의할 것은, 이런 식품은 살을 빼는 데 초점을 맞춰 특별하게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급격한 체중 조절에 이런 식품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전문의의 관리와 정기적인 의학적 검사를 꼭 받아야 한다.

다행히 다음 달에는 FDA 인정을 받은 약제가 외국에서 들어온다고 한다. 다이어트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소식일 터이다. 하지만 그럴 경우에도 약을 통해 쉽게 살을 빼는 그만큼, 쉽게 살이 찔 수도 있다는 사실 또한 명심해야할 것이다.◇부작용 사례들

지난 한해 동안 한국소비자연맹에는 665건의 다이어트 식품 피해사례가 고발됐다. 대구지부 고발도 56건. 대부분은 복용 초기에 살이 빠지는 효과를 봤지만 부작용 때문에 병원 신세를 졌다고 했다.

신모(55·대구 범물동)씨의 고교 2년생 딸은 300만원 어치의 다이어트 식품을 먹은 뒤 지방간이 심해져 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신씨는 "유명회사 제품이라 믿고 사 먹었는데 결국 병원 신세까지 져야 했다"고 말했다.

작년 7월 400만원을 들여 어떤 회사의 다이어트 식품을 사 먹었던 최모(28·여·경산시 진량읍)씨는 부작용으로 한달이나 입원해야 했다. 먹은지 한달쯤 지나자 속쓰림·구토 증상이 나타나더니, 급기야 하혈·생리불순까지 나타나 응급실로 실려갔다는 것.

두드러기·탈수 등으로 고생했다는 경우도 있었다. 미혼여성 이모(26·대구 상인동)씨는 지난 11월 한달간 다이어트 식품만으로 식사를 하다 심한 경련·현기증 등으로 기절, 응급실로 실려갔다. 담당 의사는 "초저열량 식이요법 때문에 탈수 및 전해질 불균형 등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런 일이 다이어트 식품 그 자체 때문에 빚어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보다는 그 특별한 성질을 모르고 그것만 먹는 등 잘못된 사용법으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의사들은 판단했다. 한국소비자연맹 대구지부 양순남 사무국장은 "다이어트 식품을 평범한 식품 같이 잘못 생각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으나 성격상 보상도 받기 쉽잖다"고 경고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