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헛도는 청문회

여야의 증인신문 방식을 둘러싼 마찰로 공적자금 청문회가 나흘째 무산됐다. 18일 오후 민주당 정세균 공적자금특위 위원장은 이날 예정됐던 청문회의 종료를 선언하며 "민주당은 국회법과 국정조사법을 지키며 야당의 요구에 최대한 양보했지만 한나라당이 말로는 청문회를 하자면서 애시당초 의지가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반면 한나라당측 특위 간사인 이강두 의원은 "여당이 공적자금 운영에 대한 진실규명이 두려운 나머지 회피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더이상 물러날 길이 없다"고 여당을 탓했다. 결국 110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의 조성과정과 사용처, 정책실패에 대한 국민적 의혹은 해소될 길이 없게 됐다.

대신 한나라당은 연일 '공적자금 부실집행 사례'라는 자료를 쏟아내고 있다. 자료만 봐서는 어마어마한 내용이다. "공적자금이 실제로는 220조원에 달하고 선심성 공적자금만 20조원 이상이다" "공적자금 투입규모를 결정하는 회의에서 당시 차관의 서명이 조작됐다"는 주장 등도 터져나왔다.

이에 대해 정부는 "자의적 계산일 뿐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어느 것이 진실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청문회가 의혹 해소는 고사하고 국민들에게 불신과 냉소만 던져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 앞서 있었던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 청문회도 지금까지의 다른 청문회와 마찬가지로 진실규명과는 거리가 멀었다. 핵심은 4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대출된 배경에 정치권의 외압이 있었는지 여부와 불법대출이 가능했던 은행구조의 잘못을 밝혀내는 일이었다.

하지만 본질에는 접근조차 못한 채 정치공방과 입씨름만 난무, 의문을 풀지 못했다. 엇갈린 증언으로 일관하는 증인들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봐야 했고 증인이 청문회 위원들에게 책상을 치며 거칠게 대응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까지 일어났다.

"이런 식이라면 공적자금 청문회도 열려봤자 한빛 청문회나 별반 차이가 없는 그 나물에 그 밥이 될 것"이라는 지적에도 정치권은 할 말이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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