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75차 문제

문제 : 다음에 제시된 시 (가)는 신동엽의 '왜 쏘아' 중에서 발췌한 것이고 (나)는 가상적인 두 사람의 대화를 설정한 것이다. (가)에 나타난 시인의 주장과 (나)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생각을 조화시켜, 오늘날 우리 민족이 지녀야 할 시대적 정신에 대해 논술하시오.

(가) 눈이 오는 날 / 소년은 쓰레기통을 뒤졌다. // 바람이 부는 날 / 만삭의 임부는 // 철조망 곁에 쓰러져 있었다. // 그리고 눈이 갠 아침 / 그 화창하게 맑은 산과 들의 / 은빛 강산에서 / 어제 신문에서 읽은 동화 얘길 재잘거리다 // 저격 받았다. // 나는 모른다. / 그 열두살짜리들이 참말로 / 꽁꽁 얼어붙은 조그만 손으로 / 자유를 금그은 철조망 끊었는지 안 끊었는지. // 나는 모른다 / 그 철조망들이 / 맨발로 된장찌개 말아먹은 소년들에게 / 목숨을 강요해서까지 / 필요한 것인지 아닌지는. // 그리고 또 나는 안다 / 지금은 낯선 얼굴들이 / 얕보는 휘파람으로 왔다 갔다 하지만 / 그 근처 양지바른 언덕은 / 우리 어렸을 때만 해도 / 토끼몰이 하던 아우성으로 / 씨름놀이하던 함성으로 / 밤낮을 모르던 박첨지네 동산이다. // 쓰레기통을 뒤져 / 깡통 꿀꿀이죽을 찾아 먹는 일 / 나도 이따금은 해봤다 / 눈 사태 속서 총 겨냥한 / 낯선 병정의 호령을 듣고 / 그 퍽퍽한 눈 속을 / 깊이깊이 빠지면서 무릎 이겨 기던 / 그 소년의 마음을 나는 안다. // 왜 쏘아. / 그들이 설혹 / 철조망이 아니라 / 그대들의 침대밑까지 기어들어 갔다고 해도, / 그들이 맨손인 이상 / 총은 못 쏜다. // 왜 쏘아. / 우리가 설혹 / 쓰레기통이 아니라 / 그대들의 판자 안방을 침범했었다 해도 / 우리가 맨손인 이상 / 총은 못 쏜다. // 벌주기도 싫다 / 머피 일등병이며 누구며 너희 고향으로 // 그냥 돌아가 주는 것이 좋겠어. // 솔직히 얘기하지만 / 이곳은 우리들이 / 백년 오백년 천년을 살아 온 / 아름다운 땅이다.

― 신동엽의 '왜 쏘아' 중에서

(나)〈갑〉 아, 글쎄, 우리 나라 사람들이 말야. 중국 조선족 동포들에게 사기를 쳐서 살림을 결딴 나게 했다는 군.

〈을〉 가만 있자, 조선족 동포들이라면…… 일제시대에 독립운동을 했던 우리 조상의 자손들이잖아?

〈갑〉 그러니 내가 더 기가 막힌 일이지. 그래 가지고 어떻게 남북통일을 하겠다는 건지 원……. 앞으로 통일 될 때 북한 동포들과 제대로 융합될 수 있겠어?

〈을〉 그러게 말야. 도대체 왜들 그러는지 몰라. 3년쯤 전이던가? 명동성당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농성하고 있는 걸 봤는데…….

〈갑〉 응, 나도 이야긴 들었어.

〈을〉 그 사람들 눈빛을 보니까 문득 죄책감이 들지 뭐야.

〈갑〉 …….

〈을〉 대부분이 월급도 못 받고 무지막지하게 얻어맞기만 했다는 거야. 병들었거나 불구가 된 사람도 있구…….

〈갑〉 저런!

〈을〉 어디 그 뿐야? 요즘 왜 베트남 전쟁 때 있었던 한국군의 비인간적 행위가 거론되잖아?

〈갑〉 그래. 그것도 미군의 노근리 민간인 학살 사건이 알려진 다음이었지.

〈을〉 그러니까 마음이 영 착잡해지더라구. 미군을 비난하기 전에 베트남 사람들에게 먼저 사과라도 해야 하는 거 아냐?

〈갑〉 음……. 하여간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지.

▨응모요령

글의 길이는 빈칸을 포함하여 1,500자 안팎(±150)이 되게 할 것.제목을 쓰지 말고 본문부터 시작할 것.

원고마감 일자 : 1월 27일(토요일)우편으로 응모할 경우 봉투 겉면에'제75차 학생 논술 응모'라고 반드시 쓸 것.

주 소 : 대구광역시 중구 계산동 2가 71 매일신문 논술 담당자 앞 (우) 700 - 715대구광역시 중구 삼덕동 166 일신학원 논술 담당자 앞 (우) 700 - 412

학교와 학년, 집 전화번호를 밝힐 것.

당선작은 본지에 강평과 함께 게재. (상장과 부상은 학교로 우송함)※ 인터넷으로도 원고를 접수합니다.

일신학원 - ilsin@ilsin.co.kr

매일신문 -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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