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상천외 도난범죄 디지털 기술로 누른다

범죄만큼 첨단기술을 받아들이는데 적극적인 분야도 드물다. 첨단시대를 맞아 범죄도 첨단으로 무장하고 기상천외한 수법을 동원하고 있다. 이를 막기위한 방범 및 수사기법들도 나날이 새로워지고 있다. 21세기에 등장할 디지털 셜록 홈스를 알아보자.

범죄 현장에 나타난 수사진의 가방엔 현장 증거를 찾아내기 위한 다양한 도구들이 들어있다. 문제는 이러한 도구들이 원형 그대로의 증거를 찾아내지는 못한다는 것. 범죄현장에서 수사도구를 사용해 증거를 찾아내려면 현장을 훼손할 수밖에 없다. 유명한 'O.J 심슨 사건' 당시 변호사들은 재판과정에서 이를 십분 활용했고 반면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할 수 없었던 검사들은 패배의 쓴 맛을 봐야 했다.검사들은 해결책을 우주공간에서 찾았다. NASA(미항공우주국)에 있는 일부 과학자들은 소행성탐사선 NEAR(지구근접 소행성 랑데부)호가 소행성 에로스에서 수집한 자료를 해독하기 위해 개발된 화학분석기를 범죄현장에 응용하는 방법을 고안 중이다.

연구팀은 복잡한 범죄 현장을 생생하게 재현할 수 있는 연필 크기의 X레이 발생장치와 소형가방 크기만한 검출기를 개발하고 있다. X레이는 화약흔적이 남은 부분을 형광색으로 변화시키고 검출기는 범죄현장 전체에 남아있는 화약농도를 분석한다. 이를 토대로 총알이 날아온 위치를 결정할 수 있다. 또 철의 함유량 분석을 통한 혈액의 분출방향 추정법과 아연을 이용한 정액 검출법을 통해 경찰은 장갑을 끼지 않고도 충분한 증거를 모을 수 있다. 범죄현장 조사와 화학분석이 끝나면 3차원 디지털 지도가 그려진다. 전문가들은 일단 범죄가 발생하면 현장은 즉각 봉쇄되고 이들 장비를 장착한 로봇이 초동수사를 대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미래의 셜록 홈스는 로봇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선 경찰이 범죄현장 위치 및 초동수사 정보를 가능한 빨리 수합해 본부로 전송하는 시스템을 장착한 일종의 방탄조끼가 선보였다. '팀리더(Team Leader)'라 불리는 이 시스템은 일종의 웨어러블(wearable) 컴퓨터인 셈. 지리정보시스템과 지구위치확인시스템은 물론 멀티미디어 컴퓨팅 및 첨단 통신기술을 몸에 착용한 것이다.

팀리더는 디지털 비디오, 정지화상 카메라, 녹음기, 바코드 스캐너 및 특수 센서 등을 통합한 구조다. 인공위성으로부터 이미지를 수신하거나 전송된 이미지를 가공할 수 있고 지형특성과 건축 도면, 장소 파악 및 사건 조사에 필요한 핵심적인 정보를 수집할 수도 있다. 현장에서 모은 정보들은 팩스, e메일, 무선 LAN을 이용해 기지국에 즉시 전달된다. 보관 중인 범죄유형 및 동일범 데이터베이스를 즉시 검색, 범죄현장에서 수집된 자료를 토대로 범인의 윤곽을 쉽게 찾아낼 수도 있다.어둡거나 흐릿하게 찍힌 범죄현장 비디오를 마치 대낮에 찍은 것처럼 선명하게 재생하는 소프트웨어도 개발됐다. NASA에 의해 개발된 이 기술은 비디오상의 흠과 흐릿한 부분을 제거해 이미지를 안정화시킨다. 즉 밤에 일어난 범죄현장 사진도 마치 낮에 일어난 사건을 찍은 것처럼 깨끗하게 보이게 한다. 아울러 카메라 움직임을 수직 및 수평방향 뿐 아니라 회전 및 줌 효과에 대한 문제까지도 교정해준다. 은행이나 지하주차장의 폐쇄회로 사진은 선명도가 떨어져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은데 이런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 아무리 열악한 환경에서도 범인을 식별할 수 있다.

사실 범죄는 해결보다 예방이 우선이다. 도둑을 막기 위한 첨단 도난방지장치들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미국 샌디아국립연구소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조합형 자물쇠'를 개발했다. 너무 작아서 현미경으로나 볼 수 있다. 올바른 암호를 입력했을 때만 풀림 상태로 움직이는 초미세 톱니 뭉치를 생각하면 된다. 도둑이 암호를 깨고 불법적으로 컴퓨터나 다른 보안 시스템에 침입하는 것을 막도록 설계된 최초의 기계적 하드웨어. 외부인이 정확하게 올바른 암호를 찾아낼 확률은 100만분의 1. 누군가 한 번 시도를 해서 실패한 뒤에는 암호를 입력해도 반응하지 않고 관리자만이 원상태로 회복시킬 수 있다.

초미세 자물쇠는 6개의 암호 톱니바퀴로 이뤄졌으며, 각 톱니바퀴의 지름은 300㎛(마이크로미터 = 100만분의 1m)보다 작다. 전기적 펄스를 기계적인 움직임으로 변환시키는 빗장 모양의 장치에 의해서만 작동한다. 전체 크기는 드레스셔츠의 단추크기 정도인 9.4mm×4.7mm. 장치를 풀려면 사용자가 6개 암호바퀴에 기계적으로 저장된 코드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암호를 입력해야 한다. 만일 한 번이라도 잘못 입력하면 장치는 기계적으로 '잠금 상태'로 바뀌며 주인이 다시 보안설정을 하지 않는 이상 재입력도 불가능하다.

최근엔 자동차 도둑을 막기위한 '똑똑한 배터리'도 등장했다. 차 주인이 갖고 있는 리모컨에 반응하는 배터리는 시동을 걸기 전 신호를 보내면 시동이 걸리지만 리모컨이 없는 다른 사람이 시동을 걸려고 하면 힘없이 몇 번 작동하다가 멈춰버린다.

김수용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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