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화학을 모기업으로 건설과 전자부품, 금융 등 12개의 기업을 거느리고 있는 '이수그룹'은 김상범 회장 취임 이후 기업문화를 바꾸고 전자와 생명공학분야에 진출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수화학이 그동안 보수적인 기업경영을 해온 것은 부총리 등을 지낸 김준성 명예회장이 이끌어 온 탓도 있지만 석유화학회사의 전형적인 기업문화 때문.
김 회장은 경제부총리와 삼성전자회장 등을 지낸 김준성 명예회장의 3남. 2세경영인인 셈이다. 그러나 지난 95년 부사장으로 취임해 그동안 경영수업을 쌓았고 지난 해 1월 그룹경영을 맡은 그는 "급변하는 경영환경의 흐름에 적극 대응하지 않으면 10년후 혹은 50년후 기업이 존속할 수 없다"며 연봉제·연공서열·직급을 파괴하는 신인사제도를 도입, 이수그룹을 변화시키고 있다. 올해부터는 자율복장제도 등을 시행, 근무분위기를 벤처기업처럼 바꾸고 있다.
김 회장은 이수화학의 21세기 전략에 대해 "석유화학제품은 제품의 특성상 더 이상 성장가능성이 없다" 면서 "이런 상황에서 이수그룹은 생명공학과 금융부문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그룹의 또 다른 주력기업은 최근 이수전자에서 상호를 바꾼 (주)페타시스. 달성 공단에 있는 페타시스는 산업용 인쇄회로기판(PCB)을 생산하는 업체로 세계적인 네트웍 장비제조업체인 미국의 '시스코시스템즈'에 50%이상을 납품하면서 PCB부문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전자산업에서 반도체가 10%의 비중이라면 PCB는 6%를 차지할 정도이기 때문에 페타시스의 성장가능성은 매우 크다. 때문에 김 회장은 일주일에 한 두차례씩 고향인 대구에 내려온다.
최고경영자(CEO)로서의 그의 경영철학은 흑자경영이다. 그는 "덩치가 아무리 큰 기업이라도 흑자를 내지 못하는 기업은 존재할 이유도 없다"고 단언한다. 수익을 내는 것만이 지속적인 기업경영을 가능케하고 주주의 이익을 보장할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그는 이수그룹의 CEO들에게 최대한 권한을 위임하면서도 책임과 적절한 보상을 강조하고 있다.
이수화학은 지난 99년 미 경제전문지'포브스'지로부터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세계 100대 중견우량기업으로 선정됐으며 '경제정의기업상'을 두차례나 수상하기도 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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