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래형 컴퓨터 패러다임이 달라진다

인류가 누리는 문명의 이기 중에서 컴퓨터 만큼 빠르게 진화하는 것도 드물다. 최신형 컴퓨터를 산 지 1개월만 지나면 구형 모델로 전락한다. 그러나 컴퓨터의 외형과 기본 원리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덩치 큰 본체와 모니터가 있고 기본적인 데이터는 키보드로 입력해야 한다. 미래 컴퓨터는 이런 고정관념을 깨뜨릴 것이다.

컴퓨터와 인터넷은 서로 뗄 수 없는 사이가 됐다. 과학자들은 인터넷을 어떻게 하면 좀 더 효과적으로 이용할 것인가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이런 과제 중 특히 흥미로운 것이 바로 후각과 미각을 제공하는 컴퓨터다. 연인에게 e메일을 보내며 좋아하는 꽃향기를 함께 보낸다면, 인터넷 쇼핑몰에서 향수를 사기 전에 향기를 맡아볼 수 있다면, 매너가 나쁜 상대편 게이머에게 악취를 보낼 수 있다면 인터넷의 재미는 한층 더해질 것이다. 미국에선 사반나(Savannah), 트라이센크스(TriSenx) 등의 업체가 후각기술 외에 미각기술을 개발 중이고, 디지센츠(DigiScents)사는 e메일에 냄새를 부착시키는 '아이스멜(iSmell)'이란 제품을 개발 중이다. 향기를 내는 컴퓨터의 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우선 원하는 향을 디지털 데이터로 바꿔준다. e메일이나 쇼핑몰 카탈로그 등에 부착된 향기 디지털자료를 전송받아 컴퓨터 옆에 놓인 향기 카트리지로 보낸다. 향기 카트리지는 마치 프린터 잉크가 담긴 상자처럼 다양한 향기 분자들을 담은 상자다. 신호가 포착되면 카트리지는 컬러 프린터의 노즐이 잉크를 분사시키듯 향기를 뿜어준다.

21세기 컴퓨터의 다른 특징은 자동차와의 결합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5년 뒤엔 자동차 장착형 컴퓨터가 대중화될 것이란 연구 결과가 나왔다. 먼저 일반인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오락서비스가 제공될 예정. 위성 라디오와 DVD 플레이어가 보급된 뒤 장기적으로 내비게이션과 인터넷 접속 서비스가 자동차 안에 들어가게 된다.

특히 2004년 쯤엔 음성인식 문제가 상당히 진전됨에 따라 운전 중에도 쉽게 소리로 다양한 컴퓨터와 인터넷 서비스를 즐길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또 차내 컴퓨터를 이용해 각종 사고시 정확한 경위를 밝혀낼 수 있다. 충돌시 속도, 운전자 반응, 주위 차량의 움직임 등이 차내 '블랙박스'에 기록되고 보험회사는 이를 이용해 과실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움직임에 대한 반대도 있다. 마음만 먹는다면 어느 운전자가 어디로 운행하고 어느 채널의 라디오를 듣는지, 누구와 전화를 주고받는지는 물론 와이퍼를 작동했는지까지 낱낱이 알 수 있게 된다. 즉 어디서나 감시받는 시대가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밖에 컴퓨터의 속도를 혁신적으로 높일 수 있는 양자컴퓨터와 마치 옷을 입는 듯 자연스럽게 착용하는 웨어러블(wearable) 컴퓨터에 대한 연구도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미래 컴퓨터는 설치된 곳을 찾아가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면 언제 어디서나 쓸 수 있는 존재로 바뀌게 된다. 그것이 좋은지 나쁜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김수용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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