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늘 사용하면서도 그것이 본디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잘 알지 못하는 표현이 있게 마련이다. 이제는 철학적 용어로 박제되어 난해하게만 생각되는 '존재'가 바로 그런 표현에 속한다. 우리가 여기 그리고 지금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고, 다른 사람과 함께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을 함축하고 있는가? 사람이 '있다'는 것과 사물이 '있다'는 것은 어떤 점에서 다른가? 모든 사람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낱말인 '있음', 즉 존재의 의미를 해명함으로써 사상사에 커다란 획을 그은 책이 바로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이다.
이 책은 지금도 나에게 커다란 물음표와 느낌표로 남아있다. 존재의 의미를 왜 새롭게 물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질문자의 열정, 문제를 하나 하나씩 일관성 있게 풀어나가는 학문적 진실성, 성급하게 답을 구하려는 대신 문제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려는 냉철한 개방성은 묘하게 어우러져 이 책을 신비롭게 만든다. 이 책을 마음으로 읽는 독자라면 자신도 스스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전율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을 집어들면, 지금도 나는 20년 전 이 책을 처음 읽으며 받았던 충격의 여진을 느끼곤 한다. 이제는 하이데거의 사상을 체계적으로 정리도 하고 비판도 하지만, 이 책에 담겨진 사유의 철저함 앞에서는 여전히 경외감만 느낄 뿐이다. 그는 '존재'라는 하나의 주제만을 평생동안 사유하였다. 단순히 생각하였다기보다는 살았다는 것이 아마 옳은 표현일 것이다. 나에게 존재의 의미를 일깨워주고, 존재의 기쁨을 주는 평생의 주제를 발견한다는 것만큼 멋있고 의미 있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지만 그것은 결코 철학자에게만 주어진 복은 아니다. 존재의 의미를 알기 위해 싸우고, 실천하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주제'를 가지고 있음에 틀림없다. 나는 '왜' 존재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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