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부터 금강산에서 열리고 있는 남북 제3차 적십자 회담이 첫날에 첫 서신교환 등 3개항의 합의를 이루는 등 일단 산뜻하게 출발했다. 그러나 이번 회담의 주의제인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문제를 협의하게 될 30일 회담에서 양측이 어떤 합의를 이끌어내느냐에 회담 전체의 순항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은 일단 29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1차 회의에서 △3월15일 이산가족 300명 서신교환 △2월26~28일 제3차 이산가족 방문단(100명)교환 △2월23일 제2차 생사·주소확인 100명 명단교환 등에 합의했다. 이같은 합의는 북측이 종전과 달리 남측의 제의를 순순히 받아들이면서 이뤄졌다. 김정일 위원장의 '신사고론'이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날 합의만으로 회담을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이날 합의내용은 이미 지난해 12월 4차 장관급회담에서 합의됐던 사안을 재확인 하는 것으로 난제들은 여전하다.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문제를 비롯 북측이 새로 제기한 장기수와 그 가족의 추가송환문제 등이 그것이다. 면회소 설치장소와 관련, 양측 대표들은 첫날 남측의 판문점안과 북측의 금강산안이 팽팽히 맞섰다.
2차 회의에서 남측은 고령의 이산가족들의 편의를 위해 판문점에 면회소를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북측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측은 첫날 남측제의를 수용한데 따른 반대급부로 금강산안을 받아들일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북측이 첫날 합의에 순순히 응한 것을 두고 남측은 장기수 추가송환 문제를 매듭짓기 위한 전략차원이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회담이 종전 관행을 되풀이할지 여부는 북측의 태도를 좀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남북은 제3차 적십자회담 이틀째인 30일 오전 10시부터 2차 전체회의를 열어 면회소 문제 등에 대한 의견 절충을 벌였다.
○…3차 적십자회담의 최대 '강적(强敵)'은 추위였다. 회담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금강산여관은 현대측과의 권리 이양 문제 등으로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서인지 한기로 가득차 있는 느낌이라는 것이 남측 대표단 관계자들의 공통된 인식이었다.
남측 이병웅(李柄雄) 수석대표는 29일 1차회의에서 손이 얼어 남북 양측 수석대표 모두가 기조발제문을 읽자마자 잠시 휴식을 요청해 몸을 녹였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1차회의 당시 오후 3시 15분부터 약 5분간 정회를 갖기도 했다. 이 수석대표는 "손이 시려워서 여러 장으로 된 기조발제문을 한 장씩 제대로 넘기는지 일일이 체크해야 했다"고 언급했다.
북측 회담 관계자들은 남측 인사들을 볼 때마다 "좀 춥지요, 하지만 인도적 문제해결을 위해 함께 견디자"고 말하곤 했다.
남측 대표단은 30일 오전 7시께 북측의 안내로 금강산여관에서 200m 가량 떨어진 '금강산온천'에서 자리를 옮겨 다소 추위를 잊기도 했다.
○…3차 적십자회담에서 남북 양측의 기본의제는 거의 유사하지만 강조점은 약간 차이를 보이고 있다.
남측 회담 관계자는 "주요의제에 대한 관심은 비슷하며 남북이 차이를 나타낸 것을 강조하는 사항의 순서상 문제"라고 설명.
그는 "남측은 생사·주소 확인의 확대를 통한 이산가족 문제 해결의 제도화→교환방문단 정례화→면회소 설치라는 순서로 중점을 두고 있다"며 "북측은 이에 반해 면회소 설치→비전향 장기수 문제 해결 등의 구도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은 오전 8시 30분께 연락관 접촉을 갖고 이날 회의방식을 논의. 북측은 수석대표 단독접촉을 갖자고 요청했으나 남측이 강력하게 전체회의를 가질 것을 요구해 전체회의로 정리가 됐다.
남북은 또 전체회의 장소에 대해서도 한동안 신경전을 벌였으나 결국 전날 1차회의가 열렸던 2층 면담실에서 회의를 갖기로 했다.
북측은 면담실이 너무 추워 11층 객실에서 회의를 개최하자고 제안했으나 남측연락관이 그 방을 조사한 결과, 통신시설이 구비되어 있지 않는등 회의장으로 사용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렸고, 이를 북측이 받아들여 회의 장소가 면담실로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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