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사태에 끝이 안보인다. 서유럽 전역으로 확산된 것은 물론, 동유럽·우크라이나 등에서도 발생했으며, 남미·북미에서는 유사 질병이 양·사슴 등에서 발견됐다. 그런데도 광우병의 원인과 전염 경로는 전혀 파악되지 못하고 있다. 지금 하고 있는 대책이래야 그 확산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일 뿐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UN 식량농업 기구(FAO)까지 나서서 '전세계 확산'을 공식 경고하기에 이르렀다.
◇확산 방지 대책=유럽 국가들은 동물사료 한시적 사용 금지, 30개월 이상 된 모든 소에 대한 광우병 검사 실시 등 확산 방지 대책에 나섰다. 그러나 검사를 확대한 결과 거의 매주 새로운 광우병 사례가 발견되고 있다.
또 29일 소집된 농업장관 대책회의에 제출된 EU의 농업담당 집행위원 보고서에 의하면, 광우병은 검사 설비조차 부족해 프랑스·이탈리아·핀란드 등은 다음달 중순은 돼야 이를 구비할 수 있는 실정이다. 포르투갈은 그 일에 또 한달이 더 걸릴 전망.이날 회의는 30개월에서 24개월 이상으로 검사 대상 소의 범위를 넓히는 문제 등을 논의했다.
원인은 커녕 대책조차 미비하자 공포는 계속 확산일로에 있다. 지금까지 독일에서는 24명의 광우병 환자가 발생했으며, 프랑스에서는 3명이 사망했다. 소의 뇌에 구멍이 생겨 갑자기 미친듯 포악해지고 정신 이상과 거동 불안, 난폭한 행동을 보이는 광우병은 사람에게서 발 견되는 각종 크로이츠펠트 야콥 병과 연관 있는 것으로 과학자들은 믿고 있다.
◇축산농 위기=이번 사태로 유럽의 소고기 소비가 작년에만 27% 감소했고, 값도 그만큼 폭락했다. EU는 값이 10% 이상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축산농들은 이같은 소고기 값 폭락 외에도, 사료 대체에 따른 사육 비용 증가, 광우병 검사 비용 지불 등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이탈리아 축산업계는 매주 1천300만 달러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아우성이며, EU 소고기 수출량의 60%가 광우병 검사를 제때 못받아 수출길이 막혔다. 수십만 마리에 이르는 소를 한꺼번에 검사하기 힘들어 검사 적체가 심각하며, 농민들은 도축 후에도 광우병 검사를 못받아 소고기를 제때 시장에 내다팔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도축장에는 검사를 못받은 소고기들이 쌓여가고, 고기의 신선도는 떨어지고 농민들은 현금을 확보하지 못해 재정난에 봉착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낙후지역인 남유럽에서 더 심해 포르투갈 등에서는 농민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하지만 유럽 국가들은 이미 여러 대책에 수십억 유로를 쏟아부은 터라 농가 소득보전을 위한 추가재원을 확보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탈리아는 담배세를 인상해 대책비를 마련해 보겠다는 복안이나 아직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다. 독일 등 다른 나라들은 더 이상의 농가 지원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미국도 위기 조짐=미국에서도 최근 광우병 소동이 벌어졌다. 한 사료회사가 소고기 및 그 뼈가 포함된 사료를 생산했다는 사실을 당국에 신고하고, 앞으로 생산을 중지하겠다고 밝힌데 따른 것.
FDA(식품의약청) 검사 결과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지긴 했으나, 긴장이 점차 높아가는 것은 사실이어서 식품업계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지난 25일 이후 소고기 선물가격과 맥도널드 사의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이와 관련, 식품안전 전문가들은 "미국의 광우병 방지 노력에 구멍이 뚫려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정부와 관련 업계의 방지 다짐에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여러가지 위험들=상황이 악화된 뒤 답답해진 유럽의 농가나 생산업체들이 동물사료 및 소고기 등을 밀수출, 불법유통시킬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식품과 관련해서는 "미국 문화의 상징인 햄버거를 통해서도 광우병이 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해서 미국 식품계도 혼란에 빠져 있다.이런 가운데 독일의 한 전문가는 마가린이나 케이크용 크림 등에서 발견되는 일부 동물성 지방에서도 광우병을 전염시킬 수 있는 물질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최근 말했다. 그는 "100% 식물성 지방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마가린에서도 발견될 수 있다"며, "독일 여러 지역에서 지방이 적절히 사용되고 있는지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EU 농업장관들은 한국시간 30일 소 등골의 판매를 전면 금지키로 합의했다. 이렇게 되면 등골이 든 척추에 붙어 있는 부위를 이용하는 T본 스테이크, 안심스테이크 등 인기있는 식품이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등골은 광우병을 옮기는 가장 위험스런 매개체로 주시돼 왔다.
외신종합=모현철기자 mohc@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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