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양국 대북정책 조율작업 '시동'

오는 2월7일로 잡힌 한미외무장관회담은 한국과 부시 행정부가 대북 정책의 본격 조율에 들어가는 시발점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김대중 대통령과 조지 부시 대통령, 이정빈 외교통상부 장관과 콜린 파월 국무장관 사이에 각각 전화 통화로 의견 교환이 있었고 양성철 대사를 비롯한 주미대사관 관계자들도 국무부와 꾸준히 접촉해 왔지만 양국 외교의 총사령탑이 머리를 맞대고 현안을 논의하기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부시 행정부 출범과 함께 대북 정책 또는 한반도 정책 선회 여부를 놓고 혼선이 빚어지고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 구축된 한미 공조에 타격이 우려되는 시점이어서 외무장관회담을 통한 정책 조율은 매우 시의적절한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와 함께 김대중 대통령의 방미 일정과 김-부시 정상회담의 의제 등을 확정짓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도 이 장관의 중요한 방미 목적이다.

결국 양국 외무장관의 조율을 거친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는 오는 3월로 예상되는 한미정상회담에서 최종 결재를 받게 되는 셈이다.

파월 장관이 지난 17일 상원 외교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도 밝혔지만 부시 행정부는 대북 정책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면서 북미 협상의 속도를 클린턴 행정부 때보다는 늦출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북미 관계가 전보다 빡빡해지리라는 점은 벌써부터 여러 각도에서 감지되고 있으며 부시 행정부 관계자들이 행동으로 입증하지 않는 한 북한에 대한 추가 지원은 있을 수 없다는 '엄격한 상호주의'를 거듭 강조하는 것이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른바 '포용'이라는 대북 정책 방향의 궤도가 근본적으로 수정되는 일은 예상하기 어렵다는 게 워싱턴 한반도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분석이다.

부시 행정부도 포용정책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고 보는 이유는 미국 내부의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동북아 지역에서는 미국의 이해가 전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북아에 걸린 미국의 이익은 한국과 일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안정적인 환경을 확보함으로써 동북아 전진 배치 전략을 지속하고 한반도 긴장 완화를 통해 미·중·러·일 등 4대 열강의 세력 균형을 유지시킨다는 두 가지로 요약되고 있다.

미군 전진 배치와 한반도 긴장 완화라는 이해가 바뀌지 않는 한 미국이 포용정책을 서둘러 수정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이러한 분석의 배경이다.

오히려 동맹관계를 중시하는 부시 행정부는 북미 협상이 남북 관계를 앞서는 일은 결코 없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하고 있어 대북 정책을 둘러싼 한·미·일 정책 공조는 클린턴 행정부 때보다 강화되면 강화됐지 삐걱거릴 여지는 별로 없다는 것이다.

클린턴 행정부처럼 대북 관계에서 서둘지 않겠다는 부시 행정부의 입장이 한국을 더 편하게 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전문가는 "미국이 한국 중시 정책을 고수하는 한 대북 정책이 강화돼도 한국은 북한 설득에 좋은 무기가 된다는 점에서 불리할 것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으로 드러났듯이 북한의 개방의 이미 '돌아설 수 없는 지점(point of no return)'까지 이르렀다는 점에서 한국은 미국의 새 행정부 출범에 공연히 불안해하기보다는 차분한 설득으로 기왕의 남북 대화 기조를 살려 나가는 게 바람직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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