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차 적십자회담 결과

"성과가 미흡하다", "그래도 분위기는 좋았다"31일 오후 폐막된 제3차 남북적십자회담에 대한 총평은 한마디로 '미완의 성공'에 대한 아쉬움과 21세기형 회담 진행에 대한 기대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올해 북한의 신년공동사설, 북한의 '우리끼리 통일의 문을 여는 2001년대회'개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비공식 중국 방문 등을 통해 드러난 북한의 21세기 진입 분위기로 미뤄 사실 이번 회담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그러나 면회소 설치 장소 등에 대한 입장 차이로 합의서를 채택하지 못한채 공동보도문을 발표하는 수준에서 또 다음을 기약하게 된 것은 고령의 이산가족에게는썩 유쾌한 일이 아니다.

남측의 일부 여론에서 적십자회담 무용론을 제기하는 까닭은 지난해부터 실시한다고 외쳤던 생사.주소 확인, 면회소 설치가 자꾸만 연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의 최대 성과물로 꼽히는 오는 3월 15일 이산가족 300명의 서신교환만해도 그렇다. 가족 사진 1, 2장을 넣은 편지로 분단 이후 최초로 소식을 주고받게된 것은 엄청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지난해 9월 김용순(金容淳) 노동당 비서의 남한 방문에서 합의된 이 사항이 이제야, 그것도 생사확인자 300명에게만 실현된다는 것은 나머지 이산가족들에게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3차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과 2차 생사.주소 확인을 확정했지만 이산가족 문제의 제도적 해결을 위한 생사.주소 확인, 그리고 서신교환 규모의 확대, 방문단 교환의 정례화, 면회소 설치.운영 등의 핵심이 다음 4차 회담으로 넘어갔다.

다음 4차 회담에서 협의, 확정한다는 표현으로 합의서를 채택하지 못하는 현실을 슬쩍 넘어는 갔지만 북측이 이같은 이산가족 문제의 제도적 장치에 나설 처지가 되는지에 관해서는 아직 평가가 엇갈린다.

특히 면회소 설치 장소에 대해 북측은 임시면회소라면 우선 금강산에 설치하자는 주장으로 남측의 판문점 설치론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9월 경의선 복원이 완공되면 남북 연결지점에 면회소를 설치하자는데는 북측도 공감의 폭을 넓혔으나 완공이후 논의하자는 것이 북측 입장이라고 남측 관계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측은 그 사이에 금강산 면회소 한 곳만을 가동할 것을 고집했다는 후문이다.

또 생사.주소 확인, 서신교환의 규모 확대에 대한 북측 반응이 원론적인 수준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와 함께 남북은 4차 적십자회담의 개최 장소를 놓고 신경전을 펼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동보도문 작성에 시간이 많이 걸린 사정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물론 회담 분위기, 진행방식 등으로 미뤄 향후 전망을 밝게 한 회담이라는 평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북측은 비전향장기수 송환을 주장했지만 당초 2001년 대회에서 내세웠던 것처럼 우선적 해결을 고집하지 않았다.

새해들어 처음으로 열린 3차 남북 적십자 회담은 우리 민족의 최대의 비극인 이산가족 문제 해결이 더디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꾸준하게 해결해 나갈 수밖에 없음을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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