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언론사 세무조사 배경.의미

국세청이 언론사를 상대로 세무조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이 알려지자 언론계 안팎에서는 그 범위와 강도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언론학계와 시민단체 등에서는 언론사도 영리를 추구하는 사기업인 만큼 세무조사에서 예외가 될 수 없으며, 스스로 투명한 경영을 해야만 사회의 부패를 감시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대체로 환영의 뜻을 표시하고 있다.

오히려 자산 100억원 이상 법인에 대해서는 5년마다 한차례씩 세무조사를 실시해온 국세청이 언론사에 대해서만큼은 예외로 인정해온 것이 직무유기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실제로 언론개혁시민연대(상임대표 김중배)는 지난해 10월 국세청에 언론사 세무조사를 실시하지 않는 까닭을 묻는 공개질의서를 보낸 데 이어 11월에도 세무조사 실시를 촉구하는 건의서를 청와대에 발송했다.

유한호 광주대 신방과 교수와 김동민 한일장신대 교수를 비롯한 언론학자들과 한겨레신문.대한매일.MBC 등 언론사,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 등도 성역없는 세무조사를 주장해왔다.

사실 그동안 언론사 내부에서는 사주 일가에서 이뤄지는 불법 상속과 편법 증여, 자회사에 대한 부당 내부거래, 매출규모 은폐를 통한 법인세 탈루 등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국세청이 언론사에 대해 세무조사라는 칼을 빼든 것은 이처럼 언론사의 탈법적 행태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데다가 '정기간행물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기 이전이라도 현재의 제도적 틀안에서 불공정.불법 경영관행을 타파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 11일 연두기자회견에서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도 국세청의 의지를 굳히게 했을 것이라는 게 언론계 주변의 관측이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김한길 문화관광부 장관은 "세무조사는 국세청의 고유권한이지만 특혜나 차별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세무조사 대상으로 지목된 상당수의 언론사들은 국세청의 세무조사 방침이 '언론 길들이기'의 일환이라고 주장하며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 역시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이처럼 일부 언론사와 야당이 국세청의 조치에 대해 반대하는 배경에는 그동안 역대 정권이 세무조사를 '채찍'과 '당근'으로 적절히 활용하며 권-언 유착이나 언론탄압의 수단으로 사용해왔기 때문이다.

전두환 정권은 세무조사 면제와 세금 감면이라는 특혜를 언론사에 베풀며 '길들이기'를 시도했고, 김영삼 정권도 지난 94년 10개 언론사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한뒤 결과를 공개하지 않아 세무조사를 거래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말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또한 언론계 주변의 인사들은 "현 정부가 지난 99년 중앙일보 홍석현 사장(현 회장)이 사주로 있는 보광그룹과 세계일보에 대해서만 세무조사를 실시하지 않고 주요 언론사 전체로 대상을 확대했더라면 중앙일보가 '대통령 선거 당시 현 정부를 지지하지 않은 데 대한 보복'이라는 주장을 펼치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언론학자와 언론관련 시민단체들은 이번 세무조사가 일부 언론사를 상대로 한 일회성 시위에 그치지 말고 모든 언론사를 상대로 정례화하는 동시에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유한호 광주대 신방과 교수는 "신문경영의 투명성은 한국 사회의 개혁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며 지금까지 세무조사 면제가 정부에서 특혜를 주어왔던 것"이라며 "이제 신문들은 정상적 경영을 위한 길을 찾아야 할 뿐 아니라 정부도 세무조사결과를 즉각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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