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저소득층 울릴 소액부담제

보건복지부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올해 업무계획의 골자는 의료보험제도와 관련한 소액진료비 본인 부담제와 의료저축제도(MSA)다. 내년부터 모든 국민에게 강제저축계좌를 만들어 월(月)적립액을 부과, 개인별 적립금을 모은 뒤 소액진료시 진료비용 전액을 자신의 의료저축 계정에서 납부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 제도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이해할 수 없다.

우선 저소득층과 노인들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특히 어린이 등 병.의원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복지부는 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소득재분배 기능이 약화되는 약점이 있다. 고소득자가 높은 보험료 부담으로 저소득층을 도와주는 사회적 기능이 퇴보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감기 등을 진료하고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 1만원을 넘게된다는 사실을 관계당국은 유념해야 한다.

특히 새로운 의료보험제도의 추진은 단순하게 의료보험재정의 적자메우기에 무게가 실렸다는 점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의약분업 실시에 따른 수가인상과 의료보험대상 확대로 이어지는 선심성 정책으로 골이 깊어진 구조적인 재정적자 문제가 심각한 지경임을 입증한 것이기도 하다. 행정의 잘못된 판단과 정책으로 생겨난 재정적자를 국민들에게 부담토록 하는 것은 심각한 저항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의료저축제도도 섣불리 도입해서는 안된다.

잦은 보험료인상 등으로 의료보험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제도를 도입할 경우 저소득계층과 노인들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개인별로 된 저축계좌의 적립금이 바닥이 날 경우 그 금액을 추가로 적립해야 하기 때문에 또다른 논란거리를 제공할 수도 있다.

이 제도의 확정은 철저한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지금까지 의약분업을 둘러싼 정책추진과정은 한마디로 '국정의 상실'이었다.

갈팡질팡해 국민들은 피로 그것이었고 현실과 거리가 있는 정책으로 의사.약사 모두 반발하는 보건행정 부재였다. 국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제도가 되지 않도록 공청회 등 철저한 여과과정을 거쳐 우리 현실에 맞는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임시처방식의 땜질정책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된다.

우리는 이를 계기로 의료보험제도 전반에 걸친 시스템 개선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할 것을 당부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경영합리화, 저소득층 부담경감 등을 적극 모색해야 할 일이다. 정부는 의료보험의 부실을 저소득층에 전가하려 한다는 비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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