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은 명예퇴직 안팎

200명을 일자리에서 물러나게 한 대구은행의 명예퇴직이 큰 마찰 없이 마무리된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일부 명퇴자의 불법적인 업무수행, 100억원이 훨씬 넘는 명퇴금 규모 등을 놓고 도덕적 시비도 제기됐다.

○…대구은행의 이번 명퇴는 명퇴자 200명 중 상당수를 거의 강제적으로 퇴직시킨 것이었으나 전반적으로 큰 마찰은 없었다. 명퇴자 대다수가 은행의 조치를 이해했으며 "내가 안 나가면 동료가 나가야 된다"고 생각하는 분위기였다고 은행측은 설명했다.

실제로 퇴직처리가 결재나기 직전인 지난달 31일 행내 통신망에는 "그동안 고마웠다"는 요지의 명퇴자 글이 잇따라 올려졌다. 모 과장은 '마지막 인사를 드리며'라는 제목의 글에서 "만 13년의 은행생활을 마치려니 몸은 떠나지만 마음만은 떨쳐버리기 쉽지 않다"고 심경을 토로한 뒤 "어느 은행보다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만큼 이를 한데 모아 대구은행을 발전시켜달라"고 썼다.

별다른 반발 없이 매듭지어진 데에는 김극년 행장 등의 설득작업이 상당히 작용했다는 게 은행측 얘기. 김 행장은 명퇴신청을 받기 시작하면서부터 신청자들과 접촉, 점심 또는 저녁식사를 같이 하며 이해를 구했다는 후문이다. 일정상 만나기 어려운 여행원들에게도 빠짐없이 전화통화를 했다고 한다.

그 덕분인지 어떤 지점장은 행장실로 양주를 들고와 오히려 김 행장을 위로하는가 하면 상당수 여행원들은 전화를 받고 감동해 했다는 게 은행측 전언.○…은행측은 명퇴자를 확정하면서 31일 저녁 늦게까지 회의를 거듭하는 난항을 겪었다. 일부 신청자에 대한 업무상 책임처리문제 때문이었다.

검사결과 신청자 중에선 명퇴금까지 주고 퇴직시키기에는 문제가 있는 간부들이 발견됐다. 가장 문제가 된 이는 지점장 2명.

한 지점장은 대출조건이 안 되는데도 자기가 책임지겠다는 각서를 쓰고 대출해주었고 또 다른 지점장은 신용보증기금 보증서를 담보로 대출해준 뒤 연체사고가 났는데도 이를 신보에 제때 통지하지 않아 채무자가 채무면탈 할 기회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각서대출은 금융감독원이 부실의 온상이라며 지난해 상반기 금지시켰을 만큼 불법적인 것. 그러나 은행측은 결국 명퇴임을 감안해 크게 책임을 묻지 않기로 결정, 불법을 눈감아주었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번 명퇴로 지급한 명퇴금이 117억원에 달한 것도 다소 시비거리가 됐다. 지난해 흑자규모가 156억원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적잖은 규모이기 때문. 은행측은 이에 대해 명퇴자 인건비가 연 100억원 규모여서 올해 약간의 부담만 감수하면 내년부터는 구조조정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며 공적자금을 받은 은행들도 이 정도의 명퇴금은 지급한다고 해명했다.

이상훈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